결국 본질이야.
며칠 전부터 3호가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다고 했어.
매운걸 잘 먹지 못한는데도 달달한 김치볶음밥은 좋아하잖아.
일요일 아침 너희를 위해 아빠가 두 손을 걷었지.
우선 밥을 했어.
보슬보슬한 밥이 되도록 물 조절을 했지.
김치 한 줌을 꺼내 잘게 썰었어.
혹시나 크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바라보며 썰었어.
도마 위에 새빨간 김치 국물이 흘렀어.
아까운 마음에 프라이팬에 서둘러 넣었어.
불을 켜기 전 김치에 버터를 넣었어.
깊은 풍미가 느껴질 수 있도록 두 스푼이나 넣었지.
불을 켜고 볶기 시작했어.
버터향과 김치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어.
적당히 노릇해진 김치 사이로 밥을 넣었어.
밥과 김치를 이리저리 저으며 골고루 맛이 스며들길 기다렸지.
어느새 밥이 먹음직스러운 빨간 빛깔을 내기 시작했어.
바로 이때야.
계란 두 개를 넣고 불을 줄였어.
밥과 계란이 끈적하게 섞이며 더 노릇해지더라.
불을 끄고 참기름을 살짝 섞어줬어.
쉽게 보지 못하는 아빠표 볶음밥이 완성되었어.
그릇에 덜어 식사 시간을 준비했어.
맛있다고 하는 너희의 한마디가 아빠를 춤추게 했어.
맞아. 아빠 이 정도는 하는 사람이야.
1호에게 맛있냐고 물어봤어.
엄지 척을 해주더라.
왜 맛있는 줄 아느냐고 다시 물어봤어.
아빠가 생각한 답을 1호가 바로 말하더라.
"김치가 맛있으니까 볶음밥도 맛있는 거야!!"
맞아. 얼마 전에 할머니와 함께 만든 김장김치 덕분이야.
무슨 요리를 하든 맛이 없을 수가 없어.
아빠는 이런 생각을 했어.
'결국 본질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기본이 잘 되어 있으면 그 뒤는 잘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지.
요즘 1호와 함께 하고 있는 정승제 선생님의 인터넷 강의도 마찬가지야.
이론을 알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거야.
요령으로 문제를 풀면, 살짝 비틀면 풀 수가 없다고 하더라.
삶의 자세도 마찬가지지.
마음속에 긍정적인 생각.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 필요해.
자신을 사랑하는 본질적인 마음이 없다면,
우리가 하는 행동은 쇼일지도 몰라.
기본에 충실해야 해.
하지만 때론 그것이 너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려.
아무런 변화가 없이 똑같은 모습이거든.
매일 반복하는데 내 실력은 그대로 일 수 있어.
그러나 언젠가 중요한 순간 그 기본이 충분한 역할을 할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쉽게 되는 일을 세상에 없거든.
만약 쉽게 얻어지는 일이 있다면, 쉽게 잃을 수 있어.
하지만 기본이 충실히 쌓여있다면 그것은 오랫동안 이어질 거야.
원조 맛집이라고 들어봤지.
주변에 비슷한 가게가 생겨도 원조의 맛을 이길 수 없어.
따라 하는 것이 아닌 그 가게만의 기본이 있는 거야.
할머니가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네.
겨울에 김치를 잘 만들어 두면,
일 년 내내 먹을 게 풍성하다고 하셨어.
김찌찌개, 김치전 등을 할 수 있고,
하얀 밥에 그냥 김치만 먹어도 맛있다고 하셨어.
본질이 좋으면 그 뒤는 자연스럽게 좋은 일만 생기는 거야.
김장을 하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이것이 일 년 내내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공부도 마찬가지야.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왜 하는지 잘 모르겠고,
해설지를 보며 쉽게 하고 싶겠지.
그러나 그것은 쉽게 잊힐 거야.
책상에 앉아 문제가 풀릴 때까지 고민하고 몸에 익히는 그 기본자세.
그것이 앞으로 너희 인생을 잘 풀리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해.
기본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더 깊게 고민하며 너희 것으로 만들면 좋겠어.
기본은 티 나지 않지만 너희를 지켜줄 거야.
함께 응원하며 기본에 충실한 우리 가족이 되자.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