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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곰돌이 Oct 12. 2024

When?  (언제 변화될 결심을 했는가?)#2

2. 경제적 문제를 마주했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신체적 문제는 정신적 문제로 발전했다.


'도대체 난 왜 이 모양인 거냐?

몸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이란 말이냐?'

라며 자책하기 바빴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 후 이젠 경제적 문제까지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와 동생은 부족함이 없이 컸던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두 아들 기죽이지 않기 위해 부모님은 온갖 설움을 견디며 살았던 것이다.

그 뒷면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모님의 고통이 있었다.


학창 시절 근근이 버티던 우리 집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IMF 즈음으로 기억된다.


잘 살던 집을 떠나 거리가 꽤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를 가는 날 집 앞에는 빚쟁이들이 가득했다.


사람들 좋아하고, 남들 좋아하는 어머니는 여장부였다.

어찌 보면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한 순간이었다. 경제적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경제적 도움을 드린 분이 연락이 되지 않자 빚쟁이들은 보증을 서 준 우리 집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매일이 고통이셨을 것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나는 애써 외면했다.

'이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님의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실 것이다.'라며 내가 봤던 것들을 그냥 못 본 척했다.


IMF 이후 한국에 불어닥친 카드대란.

어머니도 어찌 보면 이 대란에 희생양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주 욕심 많은 사람이었거나.....


군대에 보낸 아들 얼굴 한 번 보고 죽으시려고 했다는 말씀을 기억한다.

그러나 얼굴을 보니 도무지 죽을 용기가 나지 않으셨다고 했다.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아야지. 가정을 지켜야지'라며 결심을 하고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삶을 바꿔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부모님이 날 알아서 해주겠지.....'


이때부터 시작된 경제적 문제는 늘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 알게 되었다.

나는 '흙수저 중에 흙수저'라는 사실을 말이다.


상황을 파악하고 도전하고 변화해야 했지만

누군가 나를 구원해 주기를 기다렸다. 그게 부모님이길 바랐다.


모두에게서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혈육 간에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이 마음이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15년을 정신없이 살았다.

아이 셋을 양육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버렸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볼 일이 있었다.

마이너스 통장은 늘 간당간당했다.

언제 폭탄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어라?

난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된 거지?


경제 공부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순간순간을 버티며 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있었다.


부아 c 님 <부의통찰>에 나온 이야기가 생각났다.


'가장 무서운 지옥은, 견딜만한 지옥이다.'


그렇게 난 15년 이상을 적당히 버티면서 살았던 것이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돈을 모을 줄도 모른 채 살았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더라면 늘 그랬던 것처럼 견디고 있었을 것이다.

혼자 술을 마시면서 말이다.


정말 이렇게 살면 안 된다.

내 가정,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난 두 가지 이유로 삶을 변화시킬 것을 결심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누구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잘 되겠지. 누군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겠지'라고 살았던 시기를 반성했다.


결국 내가 찾아 나서야 했다.

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야했다. 애꿎은 시간만 자꾸 흘러갔다.


찾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다.

그동안 흘려보낸 시간 탓만 했다.


먼저 나를 알아차려야 했다.

내가 처한 현실. 하고 싶은 것. 나아갈 방향을 알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은 늦지 않았다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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