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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진석 Aug 26. 2024

우리를 아이같이 보시는 주님

어린아이 같은 우리

오늘은 자란다 라는 선생님-아이 매칭 알바 서비스를 통해서 일종의 돌봄 선생님 같은 알바를 했었다. 나는 작년에 여러 차례를 걸쳐 앱에서 선생님 인증을 받은 상태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해본 것이다. 아이가 있는 곳은 분당의 한 집이었고, 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나를 돕는 자시니 내가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알게 된 쉬운 성경에 나온 히브리서 13:6절 말씀을 붙들며 그 집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니 아이의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어머니는 나에게 수학과 국어 학습지와 보드게임, 종이접기, 팽이놀이로 놀아줄 것을 요청하시고 나가셨다.


아이와 단둘이 남은 상황에서 나는 최대한 그 아이의 작은 요구까지 귀 기울이면서 그 아이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애썼다. 처음 보는 낯선 선생님임에도 적극적으로 종이 접기와 팽이놀이를 같이 하자는 아이 덕분에 무탈하게 잘 놀아줄 수 있었다.


 좀 있다가 이 집에서 40분 정도 걸어가야 되는 마트가 있었는데, 포켓몬빵이 먹고 싶다며 가자길래 같이 집을 나서서 걸어가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사실, 7살 남자아이와 어떤 대화를 바라겠는가.ㅎㅎ 그렇지만, 죽은 지렁이를 끌고 가는 개미를 보며 나쁘다 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일 때처럼 귀여운 순간들이 있어서 너무 귀여웠다.


 중간중간에 나를 부끄럽게 하려는 의도인지는 몰라도 나의 눈치를 보며 갑자기 길거리에서 큰소리를 내는 이 친구를 보면서, 나도 비슷하게 그래 맞아! 라면서 맞받아쳤다. 그 아이에게 너보다 큰 사람이 너를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도 있었다. 그렇게 은연중에 깨달은 것도 있었다.


 이 아이는 7살 남자아이이고, 집에 닌텐도 스위치, 티비, 포켓몬카드, 팽이, 종이접기, 총 게임 등등 부모님이 이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다 사주시는 집안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물건들이 그 아이에게 만족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결핍이 있을 때 하나님을 찾기 때문이다.


 그 아이를 보면서, “아, 나도 한 때는 저렇게 엄마에게 떼쓰고 할 때가 많았지”하면서 다시금 죄인임을 알 수 있었고, 아이의 말투와 행동의 의도가 투명하게 다 보여도 얘라고 생각하니 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내가 아이를 어리게 보는 것보다 더 어리게 나를 보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이해하시는구나, 내가 너무 어린 자이고 죄 인줄 모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함을 아시고 다 참고 기다리시는구나. 확 깨달음이 왔다.


 정말, 내가 이때까지 수많은 아이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또 항상 느끼지만,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도 나이만 들었지, 조금 더 알 뿐이지 무한대이신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해서 대등한 관계로 닮아가려고 거룩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셨을 때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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