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흐릿해지며 시야를 점점 좁혀온다.
더할 나위 없이 목이 매인다. 점점 사라져 간다.
"다시 일렁이는 파도와 부둣가 사이에 앉아 행복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이 기억은 없어지는구나. 새로운 장면이 생길까?"
"아니 더 이상의 기억은 없어, 그냥 사라져 가는 거야.
그랬다면 지금 이 모습은 아니겠지."
"하지만 문뜩 있었던걸."
"지금의 넌 어떤데?"
"엉망이야."
"그게 네 모습이야, 넌 벗어날 수 없어, 갇힌 거야."
"사라지고 싶어."
"넌 그거조차 할 수 없어, 그게 네 운명이야."
"너조차도 날 이해해주지 않는구나."
"그런 사람은 없을 거야, 하지만 찾길 바랄게."
"누구보다 이성적이라면, 그 순수함을 어디에 두었을까? 이성 속에 덮어둔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홀로 고독한 길을 걸어야만 할까? 미쳤다는 걸 알면서도 순수함을 지키고자 했던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떤 행복을 좇으려 했을까? 그는 고독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