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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보다 낫다 2

엄마의 보물

by 훈연

요 며칠, 첫째가 유독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이틀 연속, 엄마랑 자고 싶다는 동생에게,

양보하며 말했다.
내가 배려할게! 나는 아빠랑 자고, 엄마랑 네가 자.”

그 한마디에 나는 순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오늘은 엄마가 형이랑 자는 날이라고 설명하고 원칙을 내세웠던 나와는 달랐다.
그 작은 어깨에 기대는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였다.


“OO이 마음이 열 개면, 엄마한테 몇 개 줄 거야?”

“무한개~”

자기 전 그저 가볍게 해본 말인데, 아이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건넨다.

별것 아닌 듯한 말 한 마디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몽글한 마음으로 "이제 진짜 자자" 하고 누웠는데

5분도 안 되어 쉬야하고 싶다는 아이.

얼른 가자며 일어났는데, 아이가 조심스레 말한다.
“엄마...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엄마 피곤하게 해서...”

순간 울컥했다.

매번 “이제 좀 자자” 하며 짜증 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야, 엄마는 전혀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
그렇게 꼭 안아주었다.


하루는 열이 나서 끈적이는 아이의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있었는데,
불쑥, 울먹이며 말한다.
엄마... 고마워요.”
“뭐가 고마워?”
“엄마가 저 닦아줘서요...”

아픈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말해주었다.

괜찮다고, 돌봐주는 건 엄마의 몫이라고,

서로를 돌보는 게 가족이라고.

“OO 이도 엄마 아프면 도와줄 거지?”
작은 고개가 힘차게 끄덕였다.
“엄마 보물은 OO이니까, 보물을 잘 닦아줘야지.”
그 말에 배시시 웃던 너.

엄마는 그 미소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사랑은 이렇게, 어느 틈에 자라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사과하고,

나보다 먼저 용서하는,

누구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들.


너희를 키우며,

엄마는 계속 웃고, 울고, 자란다.

엄마도 자란다.

가끔 서럽고, 외롭고, 우울하지만,

너희 덕에 많이 웃고, 많이 즐겁고,

그 어느 때보다 올바르게 살고 싶고,

무엇보다,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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