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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보다 낫다 1

엄마의 보물

by 훈연

자기 전 네가 원하는 책도 읽어주고

귀여운 너에게 그동안 무심했단 생각에

노래를 좋아하는 너를 위해

간질간질 스킨십도 하며 세상 좋은 엄마처럼 굴다가

정말 사랑스럽게 그렇게 까르르 웃는 네가

엄마 장난 피해 들어간 유아책상 밑에서

숨어 있던 너의 들썩임에

한순간 책상 위에 색연필이 좌르르 쏟아졌지.

그냥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 거 알면서

순간 쏟아지는 수많은 사인펜 색연필이,

떨어짐과 동시에 소파 밑에 굴러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애가 뭘 안다고, 별일도 아닌데..

애가 시무룩해져서 나와선 색연필을 주워 꽂는다.

평소엔 정리하라고 해도 장난만 치면서 안 하던 녀석인데

눈치는 생겼는지 군말 없이 정리한다.

고거 좀 주워 넣는데 1분도 안 걸리는데 왜 그리 화를 내는지.

잠깐 생각하고는 돌아서서 첫째와 자려고 들어갔는데

아빠랑 자러 가던 네가 하는 말에 울컥한다.

"엄마한테, 죄송하다 못했어요."

혀 짧은 소리지만 분명하게 전달되는 너의 말.

다가와서 "죄송해요" 하는 너를,

꼭 안고 미안하다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잘못했어. 우리 아기가 엄마보다 낫다."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 미안한 일이라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적어 본다.

가장 소중한 너를

가장 상처 주는 사람이 나인 거 같아,

그럼에도 먼저 다가와 안아주는 너를,

엄마가 가장 좋은 너를..

이것은 나의 참회록.

손바닥 발바닥으로 닦는 마음으로.

부끄럽지만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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