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내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가 라이팅 교육일 것 같아요.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계획하고 만들어 갑니다. 오늘은 3년 차 2학년 교사로 2학년 위주의 라이팅 수업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드릴게요.
영국 학교 라이팅의 기초는 소리(Phonemes)와 글자 조합(Graphemes)을 배우는 Phonics에서 시작됩니다.
Segmenting (분절화): 단어를 소리 단위로 쪼개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Cat'을 쓰기 위해 /c/-/a/-/t/라는 세 개의 독립된 소리로 나누고, 각 소리에 맞는 철자를 하나씩 적어 나갑니다.
Phonics Screens (가짜 단어 연습):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소리 조합을 이용해 '가짜 단어(Pseudo-words, alien words라고 해요)'를 써보는 연습을 합니다. 이는 철자를 외운 것이 아니라, 소리를 글자로 변환하는 원리를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사운드 매트(Sound Mats) 활용: RWI(Read Write Inc.) 프로그램 등에서 사용하는 사운드 매트는 아이들이 스스로 철자를 찾아내게 돕는 보물지도입니다. 아이가 특정 소리를 잊었다면 매트의 그림(예: 'Fly high' 그림의 'igh')을 통해 스스로 철자를 떠올리도록 유도합니다.
Set2에 있는 사운드가 기본이고 Set3는 같은 사운드이지만 다른 스펠링을 갖고 있는 것들을 보고 아이들이 어떤 걸 써야 할지 찾는 연습을 해요.
예를 들어 만들다 (make)를 한다면 '에이'라는 사운드가 들어가는데 에이 사운드는 set2에서는 'ay'가 있지만 set3에는 'a-e', 'ai'가 있어서 아이들이 mayk, make, maik 중 뭐를 쓰는 게 맞지 하면서 스스로 생각해서 쓰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2학년까지는 이렇게 파닉스에 기반해 쓰는 연습을 하지만 3학년부터는 스펠링도 중요하기 때문에 스펠링 연습도 하라고 지도합니다.
파닉스가 ‘철자’를 배우는 과정이라면, Colourful Semantics는 문장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전략입니다.
언어 발달 지원(EAL, SEND) 학생은 물론, 문장을 논리적으로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저학년에게 매우 효과적이에요.
각 문장 성분은 색깔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어, The girl is eating an apple in the park라는 문장을 쓰고 싶다면 아이들에게 색이 다른 단어를 주고 이 단어들을 움직이며 어떻게 문장을 만드는 게 좋은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리고 기본 단어들을 다 조합했다면 관사나 부사, 전치사 등을 넣어 정확히 말할 수 있게 하고 여러 번 말하는 연습을 한 후 글로 쓰게 하면 됩니다.
부모님이 집에서 Colourful Semantics 도와주는 법
1) 색깔 포스트잇 활용
주황(주어), 노랑(동작), 초록(대상) 등으로 포스트잇을 구분해 놓고 아이와 함께 문장을 만들어보세요.
2) 그림 카드 활용
그림을 보여주고 아이가 Colourful Semantics 순서로 문장을 만들어보게 합니다.
3) 고학년이라면 글쓰기 체크리스트로 활용
글을 쓴 뒤 다음을 스스로 점검하게 하세요:
Who?
What doing?
With/What?
Where?
Why?
파닉스 규칙을 따르지 않는 단어들을 'Common Exception Words' 혹은 'Red Words'라고 부릅니다. 많은 학교들이 RWI 파닉스를 쓰는데 여기서는 파닉스 규칙을 따르는 단어들은 초록색 종이에 써서 주고 그렇지 않은 단어들은 빨간색 종이에 써서 쓰고 있기 때문에 green words, red words라고 해요.
암기의 필요성: 'the', 'said', 'was', 'my' 같은 단어들은 소리 나는 대로 쓰면 오류가 생깁니다. 규칙이 없기 때문에 통째로 눈에 익혀야 하며, 학교에서는 "머릿속으로 소리를 쪼갤 수 없다(You can't Fred in your head)"고 가르칩니다.
Red Words'는 파닉스 규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예를 들어 'said'는 's'와 'a' 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리기 때문에 아이들이 's-e-d'로 쓰면 틀린 것입니다. 이런 단어들은 그냥 기억해야 하며, 아이가 반복적으로 보며 익숙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평가의 지표: 이 단어들을 정확히 쓰는 것은 표준 도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학년별로 common exception words가 있으니 구글 등 서치엔진에 year2 common exception words 이런 식으로 '학년 + common exception words'라고 찾아보시면 정리된 단어들을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교사는 국가 교육과정 평가 지침서(Exemplification Materials)를 바탕으로 아이의 글을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교사와 상의 후 이야기를 순서대로 문장화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일부 문장에 대문자와 마침표를 사용하며, 단어 사이 띄어쓰기를 실천합니다.
기초적인 Red Words를 몇 개 적을 수 있으며, 소리 나는 대로 철자를 쓰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실화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하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접속사(and, but, because, when 등)를 사용하여 문장을 확장하며, 과거와 현재 시제를 대부분 정확하게 사용합니다.
상당수의 Red Words를 정확히 스펠링 하며, 글자 크기에 맞는 적절한 간격을 유지합니다.
읽었던 책의 어휘와 문법을 자기 글에 효과적으로 끌어와 활용합니다.
스스로 글을 검토하고 오탈자를 수정(Proof-reading)합니다.
접미사(-ment, -ness, -ful, -less, -ly)를 사용하여 복잡한 단어를 구사하며, 글자를 이어 쓰는 필기체(Join some letters)를 구사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공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글을 쓴다고 가정하여 예를 들어 단계별 아이들의 특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WTS: 이 단계의 아이는 사건을 순서대로 나열하며, 소리 나는 대로 철자를 적는 'phonetically-plausible'한 시도를 보입니다.
문장: "I went to the pak. I played on the swng. it was fun."
교사 분석: 'pak(park)', 'swng(swing)' 등 포닉스 규칙을 활용해 소리 나는 대로 스펠링을 시도했습니다. 대문자(I)와 마침표를 일부 사용했지만 문장이 단순합니다.
2) EXP: 이 단계는 2학년이 도달해야 할 표준으로, 접속사를 사용하여 문장을 확장하고 시제를 일관되게 사용합니다.
문장: "I went to the park and I played on the swings with my friend. I felt happy because it was a sunny day."
교사 분석: 접속사 'and'와 'because'를 적절히 사용하여 두 문장을 하나로 이었습니다. 'friend'와 같은 학년 필수 어휘(Red Words)를 정확하게 썼으며, 시제(went, played, felt, was)가 과거형으로 일관됩니다.
3) GDS: 심화 단계의 아이는 풍부한 형용사와 부사를 사용하며, 읽기에서 배운 세련된 문법 장치를 글에 녹여냅니다.
문장: "Yesterday, I sprinted excitedly to the busy park to meet my best friend. Although the slide was slippery, we had an adventurous time together."
교사 분석: 'Yesterday'와 같은 부사구를 문두에 배치하고, 'sprinted', 'excitedly'와 같은 풍부한 어휘를 구사합니다. 'Although'와 같은 고급 접속사(subordinating conjunction)를 사용했으며, '-ly', '-ous'와 같은 접미사(suffix)가 붙은 단어의 철자도 정확합니다.
학년별로 라이팅 평가하는 기준이 있으니 자녀의 교사에게 writing assessment criteria/checklist 알려 달라고 하면 자료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고학년(Key Stage 2) 라이팅은 기술적인 정확도를 넘어 '목적과 청중(Purpose and Audience)'에 따른 전략적 글쓰기로 진화합니다.
문체와 톤의 조절: 글의 목적(설득문, 보고서, 창작 서사 등)에 따라 적절한 격식을 갖춥니다.
복합 문법 장치: 세미콜론(;), 대시(—), 소괄호(( )) 등을 사용하여 문장의 호흡을 조절하고, 전치사구 등을 문장 앞에 배치(Fronted Adverbials)하여 글의 흐름을 고급스럽게 만듭니다.
어휘의 정교화: 단순한 단어 대신 상황에 꼭 맞는 고차원적인 단어를 선택하며, 문단 사이의 긴밀한 연결성(Cohesion)을 확보합니다.
저학년: 'Phonetic Spelling'을 격려하세요. 아이가 'Elephant'를 'Efent'라고 썼다면 파닉스 규칙을 잘 활용한 것이니 칭찬해 주세요. 완벽한 스펠링은 나중에 노출해 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효과적입니다.
고학년: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세요. 글을 쓰기 전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혹은 "이 표현을 더 강력하게 바꿀 단어는 없을까?"라고 질문해 어휘와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세요.
필기체 연습: 글씨는 근육 기억입니다. 하루 5분이라도 글자를 이어 쓰는 연습을 도와주시면 고학년에서 요구되는 글쓰기 유창성(Fluency)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학습법 제안: 예외 단어(Red Words)를 익힐 때는 'Look-Say-Cover-Write-Check' 방식을 추천합니다. 단어를 보고, 읽고, 가리고, 써본 뒤, 맞는지 확인하는 이 과정은 장기 기억에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영국의 라이팅 교육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예술'입니다. 아이가 소리를 글자로 바꾸는 작은 마법에서 시작해 세상을 논리로 설득하는 작가가 되기까지, 부모님의 든든한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