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학년말 리포트 그리고 첫 주

[ECT +2] Summer 2 Week 1

by Ms Jung

이번 주는 거의 폭풍이 몰아친 것처럼 정신없이 지나갔다. 하프텀 방학 중 사흘이나 학교에 나가 교실을 정리하고 디스플레이 보드들을 모두 바꿨다. 우리 학교는 2년 전부터 디스플레이 보드를 ‘헤시안’(황마, 삼베)으로 교체하고 있었는데, 그때 예산이 부족해 다 바꾸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예산이 생겨 남아 있던 반들까지 전부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헤시안은 재질이 마여서 구김이 심하다. 다리미를 집에서 가져와서 교실에서 직접 다렸는데, 주름이 좀처럼 펴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결국 물을 듬뿍 뿌리고 높은 온도로 눌러가며 겨우 주름을 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잘라서 붙였다. 개학하고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과 교사들이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했냐”며 칭찬해 줬지만,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색이 어두워서 교실이 더 칙칙해 보이긴 하지만, 리더십에서는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없다.


교실 보드 바꾸기 - 우리 반은 보드가 많고 커서 너무 오래 걸렸다 ㅠ.ㅠ


원래는 9월 전까지 바꾸면 되는데, 여름 방학 중엔 더 더울 것 같아 이번에 하기로 했다. 일주일 내내 헤시안을 자르고 정리하면서 생긴 작은 조각들과 먼지 때문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올해만 해도 학교 청소 용역업체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예산은 줄이면서 요구하는 일은 많으니, 열심히 청소해 주는 회사를 찾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방학 중 학교에 나간 삼일 동안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아 마지막 날엔 내가 직접 청소기를 찾아서 청소를 했다. 그런데 월요일에 출근해 보니 여전히 지저분해서 또다시 내가 후버를 돌렸다.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이 ‘화장실이 더럽고 냄새나서 아이들이 안 가려고 한다’고 걱정하는 말을 종종 듣는데, 백 번 공감한다. 결국 다 예산 문제다. 요즘 학교는 보조교사도 줄이고 있어서 청소 인력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이번 주에는 2학년 아이들 중 한 명이 속이 안 좋아서, 삼일 연속으로 화장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벽과 변기 주변에 묻히는 일이 있었다. 누가 그런 건지 몰라, 남자아이들 중 화장실 간 아이들의 이름을 적으며 범인을 찾으라는 말까지 나와 어이가 없었다.


개학 첫 주라 할 일이 많았던 데다 외부 일정도 꽤 있었다. 화요일엔 이달 말에 있을 ACS International School 워크숍 준비로 줌 회의를 했고, 수요일엔 엡솜에 있는 학교에 가서 음악 레슨 교육을 받았으며, 목요일엔 핵브리지의 학교로 가서 수학 수업을 참관했다. 일주일 내내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금요일엔 수업을 조금 일찍 마치고 도서관에서 책 읽는 시간을 가졌고, 오후엔 운동장에 데리고 나가 수학 시간에 배운 부피 측정을 실습했다. 교실을 벗어나 바깥 활동을 하니 아이들 표정이 한결 밝아졌고, 집에 갈 때도 기분 좋아 보였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7월 중순에 학부모에게 나가는 리포트를 위해 6월 말까지 작성을 끝내야 한다. 지금까지 25개를 썼고, 5개만 더 쓰면 끝이다. 다 작성하면 리더십에서 확인하고 컨펌하며, 최종본은 PDF로 만들어 7월 중순에 오피스에서 학부모에게 이메일로 발송한다. 거의 끝났다는 사실에 속이 다 시원하다. 우리 반 SEND 아이들 관련 서류도 지난 학기에 대부분 마무리했는데, 이번 주에 또다시 작성하라는 요청이 있어 세 시간에 걸쳐 마무리했다. 초등교사는 페이퍼워크가 너무 많아 중고등학교 교사가 더 낫다는 얘기를 실감한다. 그래도 이미 초등학교 교사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3학년 진급을 앞두고 반편성 작업도 시작됐다. 학부모 의견을 받아 어떤 친구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지 확인하고, 교사들이 아이들 간의 궁합이나 갈등 요소를 고려해 조정한다. 6월 말까지 확정되면, 그 이후부터는 아이들이 새 학년 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몇 차례 갖게 된다. 아이들이 혹시 불안해할까 봐 시간 날 때마다 “너희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될 거고, 친구들도 잘 지낼 거야. 공부도 어렵겠지만 지금처럼 잘하게 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내가 하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늘 “앞으로 더 잘될 거야”라는 믿음을 담아 이야기해 주려 노력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될까 상상하면 괜히 설레고 떨린다.


9월 새 학기를 앞두고, 새 학기에 학교에서 일하지 않으려면 5월 말까지 학교에 알려야 한다. 리셉션 네 반 중 세 반의 담임교사들이 그만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중 두 명은 미리 알려졌고, 나머지 한 명은 아무 말 없다가 5월 말에 교장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ECT(신규 교사) 중 한 명인데, 원래 리셉션을 맡기 싫어했지만 1년간 리셉션 교사로 일했다. 그런데 이전에 실습했던 학교에서 자리가 나서 오라고 해서 옮기기로 했다고 한다.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보통 ECT는 훈련과 멘토링 과정 때문에 2년은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일 년 만에 떠나기로 했는지 이해는 간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는 미리 이야기해 줬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리셉션 리드인 세라만 남게 되었고,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세라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특히 올해 리셉션은 더 힘들었다고 한다. 아이들 중 절반 정도가 특수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 교사 외에 보조교사가 꼭 필요했는데 잦은 병결과 타 부서 지원 등으로 인원이 부족해 교사가 거의 혼자 고군분투한 날들이 많았다고 한다. 나는 2학년이라 위층에 있어서 잘 몰랐지만, 나한테까지 이야기가 들릴 정도면 상황이 꽤 힘들었던 것 같다.


6월 말이나 7월 초쯤이면 남아 있는 교사와 보조교사들이 9월 새 학기에 몇 학년을 맡게 될지, 어떤 반을 맡을지 알게 되는데, 리셉션이 초토화된 만큼 다들 그 반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모두 리셉션을 꺼려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나 같은 경우 리셉션은 Early Years로, National Curriculum과는 다른 독립된 교육과정이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해서 부담스럽다. 나는 KS2로 올라가 고학년도 경험해보고 싶고, 내년쯤 트러스트 내 다른 학교로 옮겨달라고 요청해 볼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2학년을 맡고 싶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번 주엔 내 ECT 레슨 참관이 있었고, Faye가 와서 참관하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이로써 2년에 걸쳐 총 12번의 레슨 참관이 모두 끝났고, 2주 후에 지난 2년간의 성장을 리뷰하게 되면 ECT 과정이 완전히 끝난다. 너무 기쁘고, 어떻게 2년이 지나갔나 싶을 만큼 감회가 새롭다. 스스로도 참 대견하다.


다음 주는 외부 활동이 없어서 아이들과 교실에서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남은 건 리포트만 마무리하면 된다. 주말이 있어서 쉴 수 있고, 다음 주를 준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번주 갔던 초등학교 사진들 -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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