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Summer 2 Week 2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는 느낌이다. 돌아보면 특별히 정신없는 일도 없던 것 같은데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이번 주는 3학년 반 배정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아이들 이름을 가지고 이반으로 보냈다, 저반으로 보냈다 하면서 매일 수업이 끝나면 2학년 선생님들과 회의를 했다. 친하지만 너무 떠들어서 같이 두면 안 될 것 같은 A와 B는 떼어 놓았다가, 친구가 없어 외로워할까 봐 다시 붙여주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 절친이었다가 싸웠는지 서로 얼굴도 안 봐서 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SEND(특수교육대상) 아이들은 한 반에 몰리면 선생님이 힘들 수도 있으니 다른 반으로 나누기도 하는 등, 정말 난리부르스였다. 그래도 얼추 정리가 됐다 싶었는데, 3학년이 된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걱정되어 우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부모님과 통화하며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많이 성장한 것 같으면서도, 문득 "맞아, 아직 6, 7살 어린아이들이지" 싶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 5주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우리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이 힘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다음 주에는 이렇게 새로 반 나눈 아이들끼리 모아놓고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아직은 너네들이 같은 반이 될 거라고 얘기를 해주지 않는데 이유는 이런 활동들을 통해 서로 궁합이 맞는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6월 말에나 확정이 될 예정이다.
화요일 수업 후에는 트러스트 안에 있는 DSL(Designated Safeguarding Lead)과 컴퓨팅 담당자들이 같이 모여 회의를 했다. 우리 트러스트는 아이들이 크롬북을 쓰게 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들에 비해 인터넷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끊이지 않고 나온다. 아이들이 혹시라도 부적절한 비속어를 쓰거나 자살, 총, 폭탄 같은 위험한 단어를 찾아보는 경우, 바로 트러스트 안에서 필터링하는 부서에서 학교로 연락이 온다. 이런 횟수가 늘어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터넷 활용법을 교육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다. 온라인 안전 교육은 늘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과 별개로 아이들이 컴퓨터를 쓰다 보면 갑자기 뜨는 것들도 있고 생각 없이 인터넷을 하다가 흘러 흘러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좀 더 확실히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했다. 하지만 결국 답은 없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잘 가르쳐야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피비가 수학 관련해서 교육받고 있는 게 있어서 이틀 나가면서 대신 로라가 왔다. 로라는 작년 2학년 리드였는데, 아들 건강 때문에 파트타임으로 돌리면서 트러스트 안에 있는 다른 학교 5학년으로 갔다. 마침 시간이 되어서 왔는데, 이번 하프텀 방학 때 만나 차 마시면서 이야기도 했던 터라 학교에서 다시 만나니 괜히 반가웠다. 학교는 바쁘기 때문에 별이야기를 못 하지만, 금요일에 아이들 쉬는 시간에 같이 운동장에 있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나에게 좋은 만남도 있었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로라에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나도 고학년들이 있는 다른 학교로 옮기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자기 있는 학교로 오라고, 교장인 레이첼에게 말해 놓겠다고 한다. 레이첼도 작년 우리 학교 교장이었는데 로라랑 같이 학교를 옮겼다. 레이첼이 트러스트에 나 마음에 든다고 자기 달라고 해서 내가 지금 학교에 배정받게 된 경우라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일한다는 생각은 늘 기분이 좋다. 말만으로도 고마웠다.
나는 지난 주말을 끝으로 우리 반 아이들 학년말 보고서를 다 썼다. 보고서가 끝나니 완전 기분 째지고 마음에 큰 돌이 치워진 느낌이다. 옆 반 소피는 올해가 처음인 ECT(Early Career Teacher)라 보고서 쓰기가 어려운지 많이 쓰지 못해서, 금요일에 리지가 쓰는 걸 도와줬다고 한다. 리지 말은 그런데 소피는 리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할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소피가 아직 21, 22살밖에 안 된 어린 선생님이라 보고서 쓰기가 꽤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점점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우리 학교 리셉션 선생님들이 다 그만두면서 1, 2학년에서 선생님들이 한 명씩 차출되어 리셉션으로 갈 거라는 말이 있어서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로라랑 금요일에 이 얘기도 했는데 로라가 리지랑도 친해서 리지랑 얘기하면서 내 얘기를 했는지, 리지가 와서 "너 절대 리셉션 안 보낸다"라고 얘기해 줘서 괜히 찔끔 감동받았다. 말이라도 이렇게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감사하다. 그래도 학교 일은 모르는 거라 리셉션을 가게 되더라도 충격받지 말자 혼자 다독이고 있다. 다음 주에 교장인 쌤이 몇 학년 맡을지 다 알려주겠다고 해서 다음 주가 되면 좀 더 확실해지지 않을까 싶다.
참,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방학에 한국에 오지 않겠냐고 해서 여름에 휴가 가기로 했던 이집트를 취소하고 한국행 비행기 표를 샀다. 일찍 샀으면 이렇게 비싸게 사지는 않는데 갑자기 사니 표도 비싸고 자리도 별로 없어서 결국 방학은 7월 21일부터지만 29일에 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 한 달 일정이라 갔다 오면 바로 개학이라 시차 적응으로 힘들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한테 비행기 표 샀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셔서 출혈이 크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 같다. 한국에서 단기 알바라도 하고 싶은데 이것도 조금씩 알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