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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초등교사가 알려주는 평가 시스템 A to Z

by Ms Jung

영국 초등학교는 절대평가(Absolute Grading)입니다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 중 하나가 있습니다.


“영국은 성적을 어떻게 매기나요?”


한국에서는 성적을 등수로 매기는 상대평가에 익숙하다 보니, 영국의 평가 방식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국 초등학교는 절대평가(Absolute Grading)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 절대평가란?


한국 (상대평가, Relative Grading/norm-referenced):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등수를 매기고, 평균보다 높으냐 낮으냐가 중요합니다.

영국 (절대평가, Absolute Grading/criterion-referenced): 아이가 국가에서 정한 학업 기준(assessment criteria)에 도달했는지를 봅니다.


즉, 반에서 몇 등을 했느냐보다

“이 시기에 꼭 알아야 할 것을 이해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죠.



SATs와 절대평가 방식


영국 초등학교에서 중요한 시험 중 하나가 SATs입니다.

Year 2 (선택): 학교 재량, teacher assessment 보완용


Year 6 (필수):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 전국 단위 시험


점수 체계

Raw Score(원점수): 맞힌 문제 수


Scaled Score(환산 점수): 난이도 보정 후 변환 (80~120점 범위)


100점 = 기대 수준(Expected Standard)


예: 40문제 중 30개 맞아도 해마다 난이도에 따라 환산 점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중요한 건 “100 이상인지 아닌지”, 즉 국가 기준에 도달했는지 (expected standard) 여부입니다. 100 미만인 경우 working towards라고 합니다.



“110 이상이면 Greater Depth”라는 표현을 보실 수 있는데, 실제로는 단순 점수 기준으로 자동 판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Reading·Maths는 scaled score 참고 + 교사 평가, Writing은 교사 평가만으로 greater depth를 결정합니다.


구글에 SATs raw score to scaled score나 key stage 2 SATS scaled score conversion table 등으로 검색하면 정부에서 그 해에 점수 변환한 내용을 공유하니 참고하셔도 좋아요.




학교 리포트에서 쓰는 표현


영국 초등학교 리포트에는 Working Towards / Expected / Greater Depth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것은 학년별 assessment criteria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 Working Towards (기준에 미달): 아직 해당 학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

- Expected (기대 수준 도달): 국가가 정한 학업 기준에 정확히 도달한 상태

- Greater Depth (기준을 뛰어넘음): 기준을 충분히 넘어 더 깊이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상태

즉, 학년마다 정해진 기준(assessment criteria)이 있고, 교사는 그 기준을 바탕으로 아이가 어느 수준인지 평가합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assessment criteria라고 하고 어떤 학교들은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하지만 없다면 학교에 요청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학년 교사의 Moderation Training


Year 2는 Key Stage 1 마지막 학년으로 SATs 시험뿐 아니라 교사 평가(teacher assessment)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Writing 같은 과목은 시험 점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서, 교사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사마다 기준을 다르게 해석하면 결과가 제각각일 수 있겠지요.

그래서 모든 Year 2 교사는 물론, Year 6 (Key Stage 2의 마지막 학년) 교사들도 관련 기관에 가서 Moderation Training(표준화 훈련)을 받습니다.

·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맞추고

· 교사의 평가가 시험 점수만큼 신뢰성을 갖도록 보장하며

· 학교 간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저도 2학년 교사가 된 해에 moderation training을 받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Expected와 Greater Depth를 나누는 기준을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들이 혹시라도 '이 선생님이 특정 학생만 편애하는 것 같다'는 불만을 갖지 않도록,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Working Towards'인지 'Expected'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학년 부장이나 교장 선생님께 문의해서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고요



중·고등학교 평가 (GCSE, A-Level)


영국의 GCSE(만 16세), A-Level(만 18세)도 같은 원칙을 따릅니다.

다만 SATs처럼 scaled score 80~120 체계를 쓰지는 않고, 대신 매년 grade boundaries(등급 경계선)를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수학 GCSE에서 raw score 몇 점 이상이 5등급(Strong Pass), 몇 점 이상이 7등급인지 매년 달라집니다.


이는 시험 난이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즉, SATs와 GCSE 모두 “시험이 쉬웠냐 어려웠냐에 따라 점수를 보정한다”는 공통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 장점과 단점 (한국인 시선에서)


장점

불필요한 경쟁이 줄고, 협력적인 분위기 조성

아이의 학습 결손 확인이 쉽고 맞춤형 지원 가능

등수 스트레스가 없어 정신적 부담 완화


단점

내 아이가 또래 중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 어려움

상위권 학생에게는 경쟁 자극이 약할 수 있음

기준선(예: 99점 vs 101점)에서 아쉽게 갈릴 수 있음



한인 주부들을 위한 TA 가이드.png


예를 들어, 아이가 반에서 중간 성적이더라도 ‘Expected’를 받으면 국가 기준을 충족한 것이므로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 경쟁보다는 ‘성장’에 집중하기


영국에서는 “100점을 받아야 잘한 것”보다는

“작년보다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예: 작년에 Working Towards였던 아이가 올해 Expected를 받았다면, 이는 큰 발전이며 칭찬할 만한 성취입니다.


아이의 리포트를 보실 때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보다

“이번 학년에 우리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시면 좋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이 방식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키고 개별 학습을 지원하는 데 장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영국 초등학교 교사로서 제가 드리고 싶은 가장 중요한 조언은, 리포트에 적힌 등급 그 자체보다는 아이가 학교 생활을 즐기고, 배움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응원해 주시는 것입니다. 아이의 학습 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와 자주 소통하며 함께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세요.




한국식 상대평가와는 다르지만, 부모님들께서 영국 교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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