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 중 하나가 있습니다.
“영국은 성적을 어떻게 매기나요?”
한국에서는 성적을 등수로 매기는 상대평가에 익숙하다 보니, 영국의 평가 방식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국 초등학교는 절대평가(Absolute Grading)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한국 (상대평가, Relative Grading/norm-referenced):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등수를 매기고, 평균보다 높으냐 낮으냐가 중요합니다.
영국 (절대평가, Absolute Grading/criterion-referenced): 아이가 국가에서 정한 학업 기준(assessment criteria)에 도달했는지를 봅니다.
즉, 반에서 몇 등을 했느냐보다
“이 시기에 꼭 알아야 할 것을 이해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죠.
영국 초등학교에서 중요한 시험 중 하나가 SATs입니다.
Year 2 (선택): 학교 재량, teacher assessment 보완용
Year 6 (필수):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 전국 단위 시험
점수 체계
Raw Score(원점수): 맞힌 문제 수
Scaled Score(환산 점수): 난이도 보정 후 변환 (80~120점 범위)
100점 = 기대 수준(Expected Standard)
예: 40문제 중 30개 맞아도 해마다 난이도에 따라 환산 점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중요한 건 “100 이상인지 아닌지”, 즉 국가 기준에 도달했는지 (expected standard) 여부입니다. 100 미만인 경우 working towards라고 합니다.
“110 이상이면 Greater Depth”라는 표현을 보실 수 있는데, 실제로는 단순 점수 기준으로 자동 판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Reading·Maths는 scaled score 참고 + 교사 평가, Writing은 교사 평가만으로 greater depth를 결정합니다.
구글에 SATs raw score to scaled score나 key stage 2 SATS scaled score conversion table 등으로 검색하면 정부에서 그 해에 점수 변환한 내용을 공유하니 참고하셔도 좋아요.
영국 초등학교 리포트에는 Working Towards / Expected / Greater Depth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것은 학년별 assessment criteria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 Working Towards (기준에 미달): 아직 해당 학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
- Expected (기대 수준 도달): 국가가 정한 학업 기준에 정확히 도달한 상태
- Greater Depth (기준을 뛰어넘음): 기준을 충분히 넘어 더 깊이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상태
즉, 학년마다 정해진 기준(assessment criteria)이 있고, 교사는 그 기준을 바탕으로 아이가 어느 수준인지 평가합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assessment criteria라고 하고 어떤 학교들은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하지만 없다면 학교에 요청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Year 2는 Key Stage 1 마지막 학년으로 SATs 시험뿐 아니라 교사 평가(teacher assessment)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Writing 같은 과목은 시험 점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서, 교사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사마다 기준을 다르게 해석하면 결과가 제각각일 수 있겠지요.
그래서 모든 Year 2 교사는 물론, Year 6 (Key Stage 2의 마지막 학년) 교사들도 관련 기관에 가서 Moderation Training(표준화 훈련)을 받습니다.
·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맞추고
· 교사의 평가가 시험 점수만큼 신뢰성을 갖도록 보장하며
· 학교 간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저도 2학년 교사가 된 해에 moderation training을 받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Expected와 Greater Depth를 나누는 기준을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들이 혹시라도 '이 선생님이 특정 학생만 편애하는 것 같다'는 불만을 갖지 않도록,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Working Towards'인지 'Expected'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학년 부장이나 교장 선생님께 문의해서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고요
영국의 GCSE(만 16세), A-Level(만 18세)도 같은 원칙을 따릅니다.
다만 SATs처럼 scaled score 80~120 체계를 쓰지는 않고, 대신 매년 grade boundaries(등급 경계선)를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수학 GCSE에서 raw score 몇 점 이상이 5등급(Strong Pass), 몇 점 이상이 7등급인지 매년 달라집니다.
이는 시험 난이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즉, SATs와 GCSE 모두 “시험이 쉬웠냐 어려웠냐에 따라 점수를 보정한다”는 공통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장점
불필요한 경쟁이 줄고, 협력적인 분위기 조성
아이의 학습 결손 확인이 쉽고 맞춤형 지원 가능
등수 스트레스가 없어 정신적 부담 완화
단점
내 아이가 또래 중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 어려움
상위권 학생에게는 경쟁 자극이 약할 수 있음
기준선(예: 99점 vs 101점)에서 아쉽게 갈릴 수 있음
예를 들어, 아이가 반에서 중간 성적이더라도 ‘Expected’를 받으면 국가 기준을 충족한 것이므로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영국에서는 “100점을 받아야 잘한 것”보다는
“작년보다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예: 작년에 Working Towards였던 아이가 올해 Expected를 받았다면, 이는 큰 발전이며 칭찬할 만한 성취입니다.
아이의 리포트를 보실 때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보다
“이번 학년에 우리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시면 좋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이 방식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키고 개별 학습을 지원하는 데 장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영국 초등학교 교사로서 제가 드리고 싶은 가장 중요한 조언은, 리포트에 적힌 등급 그 자체보다는 아이가 학교 생활을 즐기고, 배움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응원해 주시는 것입니다. 아이의 학습 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와 자주 소통하며 함께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세요.
한국식 상대평가와는 다르지만, 부모님들께서 영국 교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