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처음 오시는 부모님들은 어떤 학교가 있는지, 우리 아이에게는 어떤 학교가 맞을지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영국에 오기 전부터 좋은 학교가 있는 곳에 집을 얻으려 애쓰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막상 학교를 찾아보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혹여라도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가 힘든 학교에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교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학교의 종류와 고르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초등학교 웹사이트를 보면 어디는 아카데미, 어디는 프리 스쿨, 어디는 가톨릭 학교 등 종류가 많아 정신이 없을 거예요. 영국에는 다양한 운영 주체에 따라 여러 종류의 학교가 있습니다. 단순한 공립/사립 구분 외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예전에는 '커뮤니티 스쿨(Community school)'이 많았지만, 정부에서 학교의 성적이나 운영 향상을 위해 '아카데미(Academy)'로 많이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중등학교(Secondary school)의 경우 이미 80% 이상이 아카데미나 프리 스쿨(Free school)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도 공립학교의 거의 50%가 아카데미이거나 프리 스쿨로 운영되고 있어요.
아카데미와 프리 스쿨은 비슷한 개념인데, 기존 학교가 트러스트에 속하면서 운영 주체가 바뀌면 아카데미, 새로 학교를 세워 트러스트나 이사회가 운영하면 프리 스쿨이라고 합니다. 아카데미의 설립 자체가 학업 증진과 학교 운영 개선이기 때문에, 기존 공립학교보다는 학업 성취도 향상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여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트러스트에 속한 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크롬북을 하나씩 지급하는 등 혁신적인 교육 방식을 추구하지만, 그만큼 교사에게 기존 커뮤니티 스쿨보다 더 많은 업무와 노력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학교 종류를 파악했다면, 이제 실질적으로 학교를 찾아야 할 차례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단계별로 정리했습니다. 다음 표를 따라 차근차근 학교를 찾아보세요.
영국 학교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소입니다. 주소가 없으면 지원을 하기 어렵고, 학교 배정을 할 때도 학교와 얼마나 가까운지(catchment area)에 따라 배정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좋은 평가를 받는 학교 근처의 집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Ofsted 등급: 영국 교육평가원(Ofsted)이 평가한 학교의 전반적인 수준입니다. Outstanding (최고) - Good (우수) - Requires Improvement (개선 필요) - Inadequate (부적합)
Catchment Area: 우리 집 주소와 학교의 거리가 가장 중요한 배정 기준입니다.
학교 웹사이트: 교육 방식, 방과 후 활동, 학부모 편지 등을 통해 학교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Outstanding' 등급만을 최고로 여기며 'Good' 등급에 배정되면 실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등급 간의 차이(주로 리더십이나 운영 방식)가 있더라도, 아이들이 체감하는 학교 생활은 'Good' 등급 학교가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등급에만 연연하지 마시고, Ofsted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읽어보세요. 교사의 지도 능력, 학생의 행동, 학업 성취도 등 자세한 평가를 통해 학교의 진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학교 웹사이트에 리포트 링크가 첨부되어 있거나, '학교 이름 + Ofsted report'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집 먼저 정하기: 주소지(학군)가 학교 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보고서만 믿지 않기: 학교 분위기, 학부모 후기도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대기자 명단(Waiting List) 활용: 원하는 학교에 바로 배정받지 못했더라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빈자리가 생길 때 연락이 옵니다.
사립학교(Independent School)는 별도 지원: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지원 절차가 다릅니다. 원하는 학교에 직접 문의해야 하며, 시험이나 인터뷰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등급이 아닌, '우리 아이의 성향과 맞는 학교'를 찾는 것입니다.
좋은 학교를 찾기 위해 밤잠을 설쳤던 모든 부모님들께 이 글이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등급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복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부디 아이에게 딱 맞는 소중한 공간을 찾으셔서, 아이도 부모님도 영국에서의 초등학교 생활을 마음껏 즐기시길 응원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나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