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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꺼지지 않는 불꽃

열 번째 이야기 10-10 Explosion

by 운담 유영준





“그건 내 알 바 아이오.”

그러곤 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주인은 권리금하곤 상관없지. 세상에 건물주가 권리금 챙겨주는 법은 없지. 암!”

그러곤 그는 슬슬 딴청을 피웠다. 나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꽉 쥐고는 슬그머니 보이지 않게 숨겼다. 순간 준비된 종류별 시나리오를 빠르게 대입해 보고 어떤 것을 적용할지 생각했다. 조금은 비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최대한 읍소해서 사정을 할 것인지. 아니면 강하게 밀어붙일 것인지 갈등이 생겼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매장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아내 영숙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짧은 순간이었지만 홍 회장의 입술 꼬리가 다시 살짝 올라가는 듯했다. 갑자기 온몸에 뜨거운 용광로에 열기가 훅하고 들어오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느낌에 불과했다. 나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책상 앞에 놓여 있던 서류를 홍 회장 면상에 집어 던진 상태였다.


“에이, 씨 발.”

마침, 사무실 문을 열어젖히고 김 집사가 들어와 상체를 숙였다가 다시 오뚝이처럼 상체를 들었다. 그의 손에 흰 통이 들려 있었다. 그는 통에 든 투명 액체를 두어 번 홍 회장 방향으로 내리부었다. 액체는 생각처럼 일직선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러자 김 집사는 통을 거꾸로 집어 들고 홍 회장이 앉아 있는 소파 뒤로 와 홍 회장의 얼굴과 몸쪽으로 부었다. 액체가 콸콸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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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건!”

홍 회장이 벌떡 일어나 다가오는 흰 통을 손으로 막았다.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나와 김 집사의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순하고 어떤 누구의 비위도 다 맞추던 그가 아니었다. 짧은 순간 그가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차갑고 냉정하며 날카로움에 작은 연민과 미안함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벌떡 일어나 뒷걸음치는 내게 그는 벼락같이 소리쳤다.

“나가”

열려 있는 사무실 문턱을 넘었을 때 그가 다시 소리쳤다.

“닫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대로변 택시가 시끄럽게 경적을 울렸다. 건물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사람들이 폭포수처럼 인도를 넘어 차도까지 쏟아져 나왔다. 멀리 여러 대의 소방차가 맹렬히 소리를 내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석유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듯했다. 끝.




사람을 마지막까지 끝, 끝까지 코너로 몰아넣었다.

사정도 해보고, 애원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조건적인 항복을 원하듯,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알몸이 될 때까지 옥죄어왔다.

사람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이성을 잃었다는 표현으론 한참 부족했다.

이것이 자영업자가 내몰린 현실이다.

모든 자영업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이웃으로 함께

진심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짧은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글동글 이끼가 끼지 않는 개울가의 돌멩이처럼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뵙겠습니다.

따뜻한 봄을 그리며



운담 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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