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의 가시

말 대신 가시를 삼킨 날들

by 혀늬

어떤 날은, 창문을 여는 순간 욱 하고 감정이 치밀어 오르곤 한다.
왜 하필 이런 날씨야. 왜 이렇게 쓸데없이 맑고 따뜻한 거야.

오늘 하루 내내 너무 맑았다는 이유만으로 내 목구멍에 걸려 있던 가시가 또 한 번, 울컥울컥거렸다.


좁디좁은 8평짜리 방 안에서, 이불을 겹겹이 덮었다. 5월의 날씨여도 뼈가 시리면서 추웠다. 허기가 져서 추운건지 몸이 추운건지 알 수 없었다.

몸을 다시 눕히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겹겹이 쌓인 이불이 마치 나를 보호해주는 얇은 보호장비 같았다. 이곳은 안전하다고 하면서 동시에 나의 몸을 지긋이 눌러오는 이 무게감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차마 다 막아내지 못한 희미하게 들어온 햇빛 사이로 병원 진단서가 보였다.

빨간 궁서체로, 멀리서 봐도 볼 수 있는 크기로 적혀 있었다.

아무 이상 없음.


그리고 옆에 정신병원 추천서가 같이 놓여 있었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종이 한 장.

‘아무 이상 없음’과 ‘정신병원 추천서’가 한 페이지에 같이 놓인, 뼈저리게 아픈 그저 현실.

쾌쾌한 이불의 냄새를 맡으면서 어김없이 핸드폰을 켰다.
이제는 연락처에 3개의 연락처만 남았다.

엄마.

아빠.

오빠.

몇 개월 전만 해도 계속해서 울렸던 알림과 전화들이, 이제는 마치 나의 죽음을 응원하듯 고요하게 울린다.

차마 몇 번을 지우고 다시 깔았던 SNS 앱을 눌렀다.


‘김혜민’
‘이아름’


김혜민의 피드에는 이번 여름휴가로 뉴욕을 갔다 왔는지, 화려한 색들과 얼굴이 눈을 화려하게 만든다.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화려하고 예쁜 사람. 금수저에 공주님. 공주님의 발랄한 회사생활에 모두 적응하기 힘들어하지만 그녀는 그럴때조차도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연차가 없어서 여행을 갈 수 없는 그녀는 뉴욕을 가기 위해 무급휴가로 휴가계를 올린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그리고 좋아요라는 붉은 하트가 내 피드에 한 개씩 차곡차곡 쌓인다.


‘이아름’


분기별로 성과실적을 발표하는 성과 발표회 날에 우수사원상을 받았다는 그녀의 피드, 결국 오래 보지 못하고 숨이 막혀온다. 여전히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곳은 나의 감정이 점점 눌려가던, 숨이 막히는 곳이었다.
불쾌한 가시가 목구멍에 박혀, 그 자체가 삶의 일부분처럼 돼버린 곳.
목구멍에 걸린 가시는 그냥 아픔이 아니었다. 그건 구역질 나는, 누군가 내 안에서 버린 찌꺼기처럼 더러운 것이었다.

평범한 삶이 교통사고처럼 불시에 추악스러워지는건 신의 장난도, 그사람의 인과응보도 아닌 그저 있을법한 모든 일련의 있을법한 일들이다.


“왜 나한테만 이런일이 일어나는거예요?” 라고 묻는다면 명확하게 답을 해 줄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 모여서 이런 결말을 만들어낸 거야. 지독히도 차가운 현실을 직시해.

”그래, 나는 비계만 우글우글 박혀있는 고기를 고른 것이 아니라 “가시”가 있는 생선을 선택했고 이렇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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