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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순이 Aug 02. 2024

결혼 후 날벼락, 유방암이 찾아왔다

"결과가 안좋습니다."

"엇, 왜요? 설마 암인가요?"

"...대학병원 진료 예약해드릴테니 한시라도 빨리 치료받으세요."


의사선생님이 평소와 달리 너무 진지해서 장난으로 들렸다.

계속 낮은 목소리로 이어지니 표정관리가 안됐다. 진료실 문 밖을 나와 의자에 앉으려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말도 안돼.'

믿을 수가 없었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현실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환자분, 세브란스병원 진료예약을 했는데 빠르게 수술해도 2달 뒤 가능하다고 하네요. 혹시라도 더 빠르게 가능한 곳 있으면 다른 곳도 찾아보세요. 한시가 급해요. 일단 서류들 챙겨드릴께요."

간호사의 다급함이 나를 오히려 진정시켜주는 것 같았다.

'그래,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 일단 출근해서 말씀드리고 다른 병원부터 알아보자.'


오전 반차를 쓰고 병원에 왔던 나는 바로 회사로 달려갔다.

회사에서는 깜짝 놀라며 빠르게 퇴직처리를 해주었고, 급하게 집으로 향하던 도중 길가 벤치에 주저앉았다.


신랑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최대한 덤덤하게 유방암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결혼 한지 이제 5개월밖에 안됐는데... 나 이제 좀 행복하게 살아볼려고 했는데...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암이라는게 이제 흔하다고, 유방암은 암도 아니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왜 하필 내가 암인건지. 나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나한테 왜 이런 벌을...


신랑이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눈이 빨개져 있었다. 그 눈을 보니 또 눈물이 났다. 둘이 껴안고 울고 서로 위로하다가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나 얼른 병원 알아봐야돼. 일단 집으로 가자"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말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도 막막했지만, 병이 어느정도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슬퍼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날, 3~4군데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당장 이틀 뒤 한 환자만 진료와 모든 검사가 하루에 가능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벤트라는 말이 뭔가 모순적이면서도 감사했다. 그런데 챙겨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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