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용학부에서의 졸업 공연은 의미가 남다른 공연이었다. 15년의 무용 인생의 쉼표라면 쉼표이고 마침표라면 마침표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졸업 작품인 만큼 내가 하고 싶은 내용, 음악, 의상으로 꽉꽉 채운 작품이었다. 작품의 제목은 ‘우리, 이토록 연약한 존재들에게’이다.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일을 겪는다. 그 일들 속에서 낙심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참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이시며 교수님이신 유현준 교수님이 유튜브 채널에 올리셨던 영상에서 들은 내용이다. 고층 건물을 지을 땐 일부러 어느 정도 바람에 건물이 흔들릴 수 있도록 짓는다는 것이다. 혹은 위쪽에 큰 구멍을 뚫어 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구상하던 중 갑자기 이 내용이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에도 우리를 흔드는 큰바람과도 같은 일들이 있다. 그 큰바람의 방향에 맞게 흔들린다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꼿꼿하게 버틴다면 가차 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흔들려도 좋으며 쓰러져도 좋다. 어려움은 더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런 좋은 일, 나쁜 일들이 있기에 우리의 인생은 완벽한 것이다. 이것을 작품에 표현하여 나의 15년간의 무용 인생을 잘 마무리 짓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