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로린

내가 호주에서 지내온 시간은 19년.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호주에서 살아온 나는, 지금 호주에서 10년째 Payroll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호주회사에서 호주사람들의 월급을 주는 사람이다. 원래 처음 호주에 올 때부터 이 일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이 직업, 저 직업을 떠돌며 직업체험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어릴 적, 가족여행을 가면 아빠께서 나에게 여행일정을 짜고 경로를 안내하라는 임무를 주시곤 했다. 나는 여행 전 며칠밤을 설레며 웹서치를 해서 여행 갈 곳들을 정하고, 식사할 곳을 알아보고, 하루일정을 계획했다. 여행지에 가서 아빠의 실시간 인간 내비게이션이 되어드리기도 했다. 내가 찾아본 여행지를 함께 가서 가족들이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뿌듯하고 행복했다. 물론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빠의 빠른 임기응변대처를 보고 많은 걸 배웠다. 나는 늘 여행이 좋았고, 그런 누구나 행복해 할 수 있는 여행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호주에 와서 영어를 배우고 관광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온 세계의 여러 여행지를 공부하고, 여행일정을 계획하고 항공 티켓을 예약하고 여행상품 예산을 측정하면서 매일 여행 가는 기분이 들어 신이 났다. 하지만 직접 졸업을 하고 여행사에서 일하면서 찐 현실에 부딪혔다. 공부와 실전은 달랐다. 그제서야 깨닭았다. 내가 하는 일은 책상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멋진 여행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일뿐이라는 것을. 일을 하면 할수록 나의 역할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했던 점을 살려 유학컨설팅 일을 시작했다. 내가 직접 경험했던 유학의 과정과 시행착오들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하루종일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정을 다루는 일은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하루종일 사람들과 얘기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 캄캄한 동굴 안에 들어가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남짓한 시간을 보내고 이 일도 접어야 했다.


다시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좋아하고 잘했던 것들을 생각해 봤다. 그러고 보니 나는 수학을 좋아했다. 항상 정확한 답이 있고, 변하지 않는 숫자가 맘에 들었다. 생각해 보니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항공 티켓가격을 계산하는 것과 회계학이었다. 회계학을 제대로 다시 공부하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 다시 대학을 다니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회계업무를 짧게 배울 수 있는 1년짜리 코스를 등록했다. 1년 내내 공부를 하면서 이것이 딱 내 적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께서도 나에게 계속 회계학 공부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추천하셨지만 그때의 내 상황은 책임지고 키워야 할 소중한 아기가 있었고 그래서 일을 빨리 구해야 했다. 나는 학기가 끝나기 전 하루에 20군데씩 원서를 넣었고 다행히 졸업 전에 일을 구할 수 있다.


그때 구한 일이 Payroll (급여관리자)였다. Payroll은 1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것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됐고, 일을 한 10년 동안 그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같은 직업을 오래 했지만 아직도 나는 업무를 하면서 '재밌다!"라는 생각을 한다. 천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 아닐까.


Choose a job you love, and you will never have to work a day in your life - Confucius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평생 하루도 일하지 않은 것처럼 느낄 것이다 -공자




호주에서 10년 동안 내가 좋아하는 Payroll일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Payroll (급여관리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소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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