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일요일마다 티브이에서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복권 당첨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예쁜 언니들이 멋진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고 동시에 빨간 버튼을 누르면, 뱅글뱅글 돌림판이 멈추고 작은 스크린에 복권 당첨 번호가 뜬다. 두 그 두 그 둥 북소리가 울리면 진행자 아저씨가 나와서 최종 복권 당첨번호를 불러준다. 나는 당첨 번호를 불러주는 진행자 아저씨가 아주 대단해 보였다. 분명히 아무 뜻 없는 돌림판의 번호인 것 같았는데 진행자 아저씨가 당첨 번호라고 불러주는 그 순간 복권에 당첨된 행운의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어린 마음에 나는 복권이 행운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그 진행자 아저씨가 행운을 전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Payroll를 공부할 때 우리 부부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그 당시 나에게 급여이라는 것은 내가 일한 값이라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가 컸다. 통장에 매번 들어오는 급여는 우리 가족의 하루를 버티게 해 주는 큰 힘이고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갈 희망이었다. 월급을 주는 사람은 돈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잘하고 있어요'라고 하는 위로와 '잘 살 거예요'라는 희망을 주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권프로그램 진행자 아저씨가 행운을 전달해 주듯이.
Payroll(급여관리자)라는 직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회사에서 월급을 계산해 주는 사람'이지만, Payroll은 생각보다 다양한 부분에서 직원들의 삶에 기여한다.
Payroll은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첫 월급을 선사한다. 우리는 직원들의 사랑의 결실이며 새로운 가정의 시작인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 호주에서는 여자의 Last name이 바뀌기 때문에 Payroll에게 혼인증명서를 보낸다. 축복적인 출산소식이 들려오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돕는다. 만약 이혼을 하게 되어 Last name을 결혼 전으로 바꾸게 된 경우 Payroll에게 알려야 한다. 이혼 후, 돌보아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Payroll은 양육비 지급 과정을 돕는다 (급여에서 바로 차감되어 복지부를 통해 지급된다). 퇴직이나 은퇴를 하는 경우나 권고사직을 당하시는 분들의 마지막 급여를 담당하기도 한다. 혹여 누군가의 가족의 슬픈 소식도 듣게 되면, 장례휴가를 처리하고, 직원분께서 세상을 떠나시면 그분의 남은 급여를 가족들에게 지급한다.
한 사람의 인생 시작부터 끝까지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하는 Payroll팀 사무실은 실제로 사담이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직업상 직원분들의 가정의 대소사를 함께 하다 보니 여러 직원분들이 복덕방처럼 놀러 와 친구처럼 자식이야기, 휴가 다녀온 이야기, 남자친구이야기 등 편하게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내가 생각하는 Payroll이라는 직업은 급여를 담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하는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직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