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픽업하러 어린이집에 갔다. 아이는 집에서 들고 간 애착인형을 꼭 안고 있었다. 하원하기전 선생님께 오늘 우리 아이가 하루종일 어떻게 지냈는지 전달받고 유치원을 나서려는데 선생님께서 아이와 인사를 하기 위해 몸을 낮추시면서 말씀하셨다.
"What you are having in your hand? it looks so cute? Could I have a look at it?"
"무엇을 들고 있니? 그 인형이 아주 귀엽구나! 선생님이 인형 한번 만져봐도 될까?"
우리 아이는 고개를 절래 흔들며 인형을 더 꼭 껴안았다.
선생님이 다정히 물어보시는데 고개만 절래 흔드는 아이가 건방지게 보일까 싶어 아이 등을 떠밀며 "왜 그래~~ 선생님이 여쭈시잖아. 선생님께 드려야지~"라고 했다.
인형을 안주려는 아이 얼굴을 보고 웃으시면서 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It is perfectly fine if she doesn’t want to share. At this age, they are learning how to keep their things to themselves. When a child gets the belief that their things are safely protected, they will naturally know how to share with others"
"아이가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냥 두세요.
지금 아이는 자기의 것을 지키는 법을 배우는 나이예요.
자기의 것이 안전히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나누는 법을 아는 아이가 될 거예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방금 아이의 등을 떠밀며 강요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졌다.
자기 것을 지키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2살이 되어 배우는 걸
나는 30살이 다 되도록 못 배운 건 아닐까.
맏이니까 양보하라고 해서,
선생님과 어른들께 예의 없이 굴면 안 되니까,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
내 것이라고 말 못 하고, 달라고 요구하면 항상 내어주고 말았다.
그래서였을까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착한 아이라는 소리를 듣고 컸지만
내 것을 지키는 힘이 없어 불안하고 허전했었다.
내 것 없이 주는 것만 하는 인생은 그만.
우리 아이가 내 것을 지키는 걸 먼저 배우듯,
나도 이제 내 것을 먼저 지키며 살아야겠다.
매일매일 '내 거' 'Mine'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 거야?" "내 거!" "아빠는 누구 거야?" "아빠 거" "그럼 엄마는 누구 거야?" "엄마 거"
뭐든 '내 거'라고 우기는 2살짜리 꼬마지만 우리는 각자의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아이. 그래 맞다. 엄마도 아빠도 너도 우린 다 각자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