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커다란 바위가 하늘에 떠 있었다 먹구름으로도 보이는 은회색 바위였다 거대한 그늘이 마을에 드리웠고 이웃들이 몰려들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바위는 빙글빙글 돌아갔다 밤중에는 이마 위에 바위가 있다는 생각에 이웃들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햇빛이 들지 않았고 빨래를 널 수 없었고
주말 오후의 과학교실에서는 바위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우리는 햇살의 세기에 따라 바위의 회전속도가 달라지는 것을 알아냈다 햇살을 잠재우는 실험이 이어졌다 바위를 멈추게 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고 누군가 물었다 선생님은 대답하지 못했다
창가에 앉아 따분한 오후를 흘려보내고 있을 때
가까운 미래를 보려고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창문이 흘러내린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세상이 내려앉는 거였다
집에 있는 거울을 모조리 챙겨 들고 친구들과 모였다 햇빛이 바위를 향하도록 우리는 거울의 각도를 맞췄다 빛을 받아 환해진 바위가 미친 듯이 뱅글뱅글 돌아갔다 이웃집 아저씨는 장대를 들고 나타나 바위를 캐낼 방법이 없는지 궁리했다 내다 팔면 큰돈이 될 거란다
다음 수업에서 선생님은 바위가 또 다른 행성체가 아닐지 예측했다 점점 커질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혹은 바위 위에 사람들이 산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소 허무맹랑한 생각이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후로도 선생님은 많은 가설들을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줄무늬 나비 한 마리가 높이 날아올랐다 바위 곳곳을 살피듯 주위를 돌며 날았다 줄무늬 나비는 진실을 보았으리라
거대해진 바위는 생각처럼 여전히 머리 꼭대기에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