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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섭 Sep 06. 2024

창밖의 이야기

   늘 우산을 놓고 오는 애가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이면 그 애는 창가에서 뛰며 기뻐했다 선생님은 늘 우산을 빌려주지만 그 애는 다시 우산을 놓고 왔다


   소문으로 그 애가 사는 집은 깊고 어두운 곳에 있었다 빗방울 속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쨍쨍한 날이 이어졌고 교실에는 며칠간 그 애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 애 집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문득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집으로 가는 길은 부슬비가 장대비가 되는 길이었다 비바람에 온몸을 맡겨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경쾌한 초인종을 누르자 핼쑥한 얼굴을 한 그 애가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오라며 내게 손짓했고 집은 축축하고 어둑했다 그 애와 멍든 바나나를 나눠 먹었다 내일은 학교에 갈 거야 대답을 듣고는 그 집을 벗어났다 집을 벗어나니 비는 점점 물러났다


   하루는 비 대신 우산이 쏟아졌다 그 애는 기뻐하지 않고 다른 애들은 우산을 주우러 뛰쳐나갔다 그 애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고 몇 번째 오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올 때까지 바라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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