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삼이 뭐라고..
역시 시험기간을 알리는 비가 내렸다.
4학년인 지금, 1, 2학년 때 같이 다녔던 사람들과 만나기란 너무 어렵다. 그래도 기꺼이 나를 위해 늘 먹어주는 점심 메이트가 있다. 그리고 오늘은 총 두 명의 메이트와 점심을 함께했다. 메뉴 선정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배달 vs 신복관이었는데, 오전 수업이 끝나도록 메뉴와 장소를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배달로 정해지면서 쭈꾸미삼겹살(줄여서 쭈삼이라 하겠다.)을 시켰다.
11시 50분쯤 시킨 배달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고 유일하게 1시 반에 수업이 있는 나만 괜히 초조해졌다. 서로 '다음에 여기서는 시키지 말자^^' 라며 위안을 삼지만 오직 밥 하나만을 기다리는 우리는 지쳐가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오전 수업으로 피곤해 남아있는 텐션조차 좀처럼 유지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편의점에서 꼬치바도 하나씩 먹었고, 음식점에 전화도 해보았다. 결국, 1시간이 지나서야 010으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메이트 중 한 명이 뛰어나갔다. 지금 생각하니 웃기지만 010 번호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나였다.
나 많이 간절했구나..?
'드디어 오는구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그러나, 전화를 받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질 정도로 뛰어나가던 메이트의 전화가 왔고 음식이 무거워서 전화를 했나 싶었지만 그 내용은 3분 후 도착이라는 전화여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마치 메이트들처럼 정말 얼굴 한번 보기 너무 어려운 쭈삼이다.. 너 무지 비싼 몸이구나..?
우리는 묶여있는 포장 비닐을 뜯기 시작했고 2중, 3중으로 철통보완되어 있는 비닐에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처음에 내가 뜯어보았지만 악력이 센 주인분이 묶었나 싶을 정도로 꽉 묶여있었기에 무리라며 결국 옆 메이트에게 패스,
"어후 이거 왜 이렇게 안 뜯겨" 결국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끙끙거리며 하나 둘 보완을 풀기 시작하는 메이트,
"그냥 찢자" 푸는 일에 모두가 힘들어하자 또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맞은편의 메이트
그렇게 옆 메이트의 열정적인 비닐 풀기 덕분에 쭈꾸미의 모습을 맞이할 수 있었다.
'정말 맛없기만 해 봐.. '라며 1시간 동안의 기다림과 철통 보완 비닐 뜯기로 지체된 몇 분 간의 보상은 오직 맛밖에 없었다. 다들 배고픈 나머지 주꾸미를 세팅하기 바빴다.
사진도 대충대충, "먹자!" 한마디를 내뱉으며 서로 한 입씩 맛보기 시작했다.
근데,
맛있었다.
'맛없으면 리뷰 0점 줘야지'라며 엄격한 잣대를 내밀 생각으로 맛을 봤는데, 맛은 있었다. 맛으로는 반박불가.
물론, 배고팠기에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해치웠을 것이다.
쭈삼이 매웠는데, 나는 맛있는 매움정도라 계속 손이 갔고 매운 걸 잘 먹는 편이라 (자칭 맵고수) 괜찮았지만 메이트들은 좀 힘들어했다. 나도 계속 먹다 보니 맵긴 해서 '이건 좀 매운데?' 싶었는데 덜 매운맛이라니.. 내가 매운 걸 요즘 못 먹어서 매움의 정도 파악을 못하는 건가 아니면 요즘 사회의 매운 수준에 대한 기준이 바뀐 건가 혼동이 왔다. 그래도 모두 해치운 우리.
그렇게 미각에 집중하면서 토라짐도 서서히 풀어졌고 우리의 텐션 또한 점차 정상을 찾아갔다.
역시 배고플 땐 맛있는 걸 먹는 게 직빵이다. 물론, 늦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