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련과 이미상을 중심으로
outro. 자기 언어화에 대한 욕망이 도달하는 곳, 분열
‘분열’은 여성이 자기를 구성하는 젠더 정치 및 그로부터의 저항하기 위한 일련의 실천들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구성하는 원리이거나 여성 그 자체일 수 있다. 여성이 남성 중심적으로 언어화되고 구조화되어 있는 ‘여성’을 대리 욕망하는 자장 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며 우리는 때로 절망한다. 그러나 박서련의 소설이 보여 주듯 ‘대리 욕망’을 전면화하고 그녀의 삶을 독자의 시선에서 내레이션하는 서술자를 통해 우리는 이미 감각적으로 여성의 분열적 욕망 형태를 감지한다. 이로써 합일되고 일체된 형태의 ‘분열 없는 완전함’이 어떤 종류의 허구일 수밖에 없음을 어렴풋이 감각하고 있는 분열된 정체성의 존재들은, 자신을 규정하는 외부의 언어가 지닌 억압적 형식이 자신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알고’, 자기의 언어를 ‘만들어 나가고’, 그 언어로 세계를 ‘다시 쓸’ 수 있다. 이미상의 ‘수진’, 그리고 수진의 소설 쓰기로서 「티나는 밤」이 이것을 보여 준다. 이로써 우리가 도달하게 되는 어떤 깨달음의 지점에는, 언어는 나를 규정하는 외부의 구조-언어와 완전무결하게 떨어져 있을 수 없고, 그에 저항하며 도달하는 ‘자기 구축적 언어’의 세계 또한 완전무결한 형태로 구성될 수 없다는 사실이 놓여 있다. 여성의 자기 언어화를 향한 욕망이 분열적인 형태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말은 어떤 종류의 언어화가 ‘여성적 분열’과 같은 원리로서 구축된다는 이해로 나아갈 수 있음에, 언어가 지닌 분열적 성격을 토대로 ‘여성-당사자성’의 확장을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