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정말로 ‘구름을 쫓던 아이’였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들을 향해 뛰어가고,
넘어지면 울다가도 어느새 다시 일어서던 아이.
그 무모함과 순진함 덕분에
지금의 나는 세상을 조금 더 부드럽게 바라보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다섯 살 초록지붕집에서 시작해
중학교 시절 마지막 골목을 지나기까지—
그 긴 여정은 잊힌 적이 없었다.
외갓집의 따뜻한 부엌,
저녁마다 마당에 내려앉던 노을,
어디에도 기대지 못했던 어린 마음을
조용히 품어주던 풍경들.
그 모든 장면은 내 안 어딘가에서
평생 ‘살아 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 연재를 쓰며,
나는 오랫동안 말을 걸지 못했던 어린 나를
다시 만나고, 조심스럽게 껴안고,
이제는 놓아줄 용기를 배웠다.
글을 쓴다는 일이
왜 치유가 될 수밖에 없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길을 함께 걸어준 독자 여러분께
마음을 다해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공감, 댓글, 짧은 응원 한 줄이
세월 속에서 희미해진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 빛나게 해주었다.
이 기록은 혼자서는 절대 완성될 수 없었다.
이제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용기를 얻었다.
〈마당발 시노의 잡학다방〉에서는
일상의 틈에서 피어나는 사유와 인문학,
그리고 사람 사이의 온기를 담아볼 생각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어른이 된 사유와 만나
또 다른 길을 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조금 더 살가워지는 날이 온다면
나는 90년대의 골목과 음악,
첫사랑과 청춘이 스며 있던
나의 ‘화양연가’도 다시 꺼내어 보려 한다.
그때의 바람과 불빛,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꿈들까지—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단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오늘, 이 연재의 마지막 페이지에 서서
나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곳 어딘가엔
여전히 구름을 쫓으며 달리고 있을
어린 내가 살고 있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해준다.
“괜찮아, 이제 너는 멈춰도 돼.
구름은 네가 멈춘 자리에서도
언제든 다시 떠오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