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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설란 Oct 04. 2024

심리학이 간파한 행복

행복해질 용기와 몰입(flow) 상태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바라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학문처럼 보이고, 런 학문을 하는 심리학자는 왠지 독심술을 할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심리학자는 고민 상담을 잘해주고 본인도 역시 행복할 것같다.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심리학에는 어떤 분야가 있고, 어떤 거장들이 있는지, 또한 심리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행복을 바라보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다양한 심리학의 분야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정신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매우 다양한 분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심리학은 정신 건강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상담심리학상담을 통해서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과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움을 주는데, 아마도 이 두 가지 분야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분야일 것이다.


또한 심리학에는 인간의 성장과 발달 과정을 다루는 발달심리학, 인간의 기억, 학습, 사고 등의 과정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이 있으며, 그 외에도 다른 학문과 융합된 특성을 보이는 사회심리학, 산업심리학, 생리심리학, 진화심리학 등 분야의 다양성은 끝이 없어 보인다.

이는 거의 모든 학문 영역이 사람의 마음과 연결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심리학의 3대 거장


그렇다면 이렇게나 다양하게 뻗어나간 심리학의 시초는 누구일까? 이쯤에서 심리학의 3대 거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흔히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칼 융(Carl Jung), 그리고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가 거론되는데, 때에 따라서 아들러가 아닌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나 다른 심리학자가 포함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들은 심리학의 초기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로, 각기 다른 이론을 통해 심리학의 다양한 측면을 개척했다고 여겨진다.


특히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초기 정신분석학의 중요한 인물로서 프로이트나 융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인간의 사회적 동기와 열등감, 그리고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심리 이론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거장들은 각각 어떤 이론을 제시했고 행복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행복에 대한 거장들의 관점


프로이트에게 행복은 본능적인 욕구 충족과 관련이 있는데, 그는 행복이란 본능적인 욕구가 억압되지 않고 적절히 표현되면서도 사회적 규범과 타협하여 심리적 균형을 이루는 상태라고 보았다.

그러나 완전한 행복은 인간의 본능과 사회적 요구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항상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았으며, 그는 '고통의 감소'를 현실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칼 융은 행복을 자아실현(self-realization) 및 자기 통합과 관련지었다. 그는 인간의 정신이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행복은 이러한 무의식의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고 고유한 자아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즉, 융에게 있어서 행복은 단순한 쾌락이나 외부의 성취가 아닌 자신의 무의식을 탐구하고 내면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함으로써 얻는 자기 통합의 상태에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행복을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감각에 기초한 것으로 보았다. 아들러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행복은 개인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타인과 긍정적으로 연결될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열등감이 인간 행동 동기의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는데, 이러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타인과 협력하여 공동체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행복은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사회적 기여와 공헌감 속에서 오는 것이다.


요컨대 프로이트는 본능적 욕구를, 융은 무의식과 자아를, 아들러는 유대감과 공동체를 강조하면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행복을 정의하고 있다.


본능대로 살 수는 없으니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복을 추구하라는 프로이트의 의견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무의식까지 잘 통합해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융의 견해도 수긍할만하다.


런데 상하게도 아들러가 말하는 공헌감이 행복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공헌하는 것에는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인데 희생과 행복은 어쩐지 동떨어진 개념처럼 보일 뿐이다.





<미움받을 용기>와 공헌감


아들러 심리학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통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사상을 쉽게 설명한 책의 내용을 되짚어보며 '공헌감'이 어떻게 행복과 연결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책은 청년과 철학자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청년이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필이면 철학자가 주인공인 것으로 보아 아들러의 심리학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논하는 철학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저자 중 한 인 기시미 이치로 철학자.


아들러 심리학은 모든 고민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하는데, 개인이 느끼는 열등감조차도 남과의 비교를 통한 주관적 해석이자, 자신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과연 맞는 말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고민들을 낱낱이 살펴보면 오롯이 개인에국한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인관관계에서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타인을 만족시키려 하지도 말라고 이야기한다. 타인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살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 '미움받을 용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아들러 심리학의 근저는 단순히 용기를 내는 것에 있지 않다. 그는 '생활양식'이라는 용를 사용하는데 생활양식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종의 삶의 태도이다.

생활양식을 바꿔야 타인에서 비롯되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 이렇듯 관점을 바꾸는 데는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토록 용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주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책의 제목도 '미움받을 용기'가 된듯한데 책의 말미에는 마침내 행복해질 용기가 등장한다.

결국에는 발상의 전환을 위한 용기, 태도를 바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메시지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순히 용기만 강조하고 끝났다면 아마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들러식 행복의 핵심은 공헌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모든 고민과 고통이 인간관계로부터 오지만 행복의 원천 또한 인간관계에 있음을 강조하며 공동체감각이라는 다소 어려운 개념을 소개한다.
인간은 타인의 평가인정에 연연하지 않은 채 주관에 따라 자신이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실감한다고 한다.

대화의 주제는 공동체감각으로부터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까지 이른다.


아들러 심리학에서의 행복은 공헌감이며 이때의 공헌은 행위 차원이 아니라 존재 차원까지 확장된다. 존재 자체만으로 공동체에 공헌할 수 있다니, 선뜻 와닿지 않는 개념이기도 하고 이러한 지점에서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학계 의견 분분하다고 한다.


지만 누구나의 존재 자체로도 타인에게 의미가 있음을 느끼거나, 평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보람된 느낌, 혹은 뿌듯함이 행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는 순수하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고  덕분에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는 측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헌감 행복 사이에는 분명히 연결고리가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공헌감이라는 이름의 행복과 진화심리학을 조심스럽게 연결 지어보자.

진화심리학은 생물학, 인류학, 심리학을 결합해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를 탐구하며, 인간 본성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 자연선택의 결과로 진화했다고 설명하는, 이 접근법은 인간의 행동과 정신 구조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진화해 왔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어, 불안이나 공포 같은 감정은 위험을 회피하게 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2장 '행복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에서도 진화심리학을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행동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진화심리학은 비교적 신생 학문이라 아직 과도기를  겪고 있는 데다, 이론을 실험 및 관찰로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에서 비판의 여지 또한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학문적인 내용을 떠나서 우리의 조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동체 생활이 필수였으며, 따라서 사람이 사람을 필요로 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은 내재된 본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저자(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협력은 우리 종의 생존에 핵심이다'라고 말하며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개인이 집단 내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지향하고 이타적, 협력적 행동을 하는 것이 인류의 생존에 유리했는 것이 책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간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끼도록 진화했는 관점에서 본다면, 아들러가 말하는 공헌감 행복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타인을 염두에 둔 행복


'행복해지려면 공헌하라'는 메시지가 아닌 '공헌이라는 이름의 행복도 있다' 정도로 접근한다면 새삼 행복의 종류 여러 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라는 이름의 행복, 성취의 행복, 사랑의 행복, 받는 행복도 있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행복도 있다고 생각하면 '공헌감'이라는 개념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요컨대 인간으로부터 상처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태도를 바꿀 용기가 필요하는 것, 그리고 인간은 인간을 필요로 하기에 어쩌면 혼자만의 행복은 반쪽짜리 행복일 뿐이 진정한 행복은 공헌감에서 온다는 것이 아들러식 행복의 핵심인듯하다.


이제 방향을 바꿔서 인이 아닌 개인에 초점을 맞춘 행복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행복은 과정 그 자체


'긍정 심리학'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행복을 '몰입(flow)' 상태와 관련지어 설명했다.

그는 몰입이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어떤 활동에 완전히 집중하여 시간 감각을 잃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라고 정의했으며 이러한 몰입 상태가 개인의 내적 만족과 삶의 질을 높여주, 행복을 경험하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즉, 행복은 개인이 의미 있는 활동에 몰입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인 요한 하리(Johann Hari)와의 대화에서 예술가의 작업을 통해 몰입 상태를 설명하기도 한다.

예컨대 화가는 완성품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림그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 작품을 완성하면 결과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바로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몰입은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필자의 만 5세 아들  팽이 접기에 푹 빠져 있는데 무려 30분에 걸쳐 완성한 종이 팽이를 한 두 번 돌려보고 그냥 치워버리는 것을 자주 목격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운 팽이를 접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야말로 종이를 접는 행위,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 분명하다.

물론 본인이 애써 만든 작품들을 버리지는 못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애지중지 모셔 놓는 것도 아니라서 처치 곤란일 정도이다.




이렇듯 거움은 어떠한 보상나 결과를 통해서가 아아하는 대상이나 행위에 몰입하는 것 그 자체로부터 비롯되기도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집중, 몰입, 사색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것 같다.

사회는 효율을 추구하고, 틱톡, 릴스, 쇼츠 등 각종 숏폼유행하며, 어쩌다 맞닥뜨리는  영상은 요약부터 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진정한 즐거움이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깊은 몰입은 사람을 무아지경(無我地境)에 이르게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무언가에 푹 빠져 시간이 멈추듯한 느낌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아지경이 그냥 무아지경이지, 무아지경과 행복연결 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던 그 느낌이 어쩐지 싫지는 않았던 것 보면, 넓게 보 몰입도 행복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듯하다.


평소 행복이라 인지하지 못했던 행복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런 게 바로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으면서, 아직 모르는 또 다른 행복이 딘가에 숨어있을 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설레기까지 한다.

일종의 결과물이 있어야 행복이라 생각했는데

과정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는 말이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된다.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정을 즐기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과 동시에,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즐겁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 든다.


공헌하는 몰입은 행복을 가져다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을 보면 참 행복해 보인다. 5장의 초고를 쓰는 도중에 남편이 사다 놓은 고명환 작가(개그맨이자, 요식업 CEO이자, 강연자)의 <고전이 답했다>를 읽고 놀란 이유는 세 가지였다.


하나는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하는 몰입(flow)이 언급되어 있어서였고, 다른 하나는 저자가 남을 도우면서 결국 본인이 완성되는 일종의 '공헌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였으며, 마지막으로는 저자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에 몰입하는 삶을 살며 진정으로 행복해 보여서였다.


사람마다 행복한 이유도 다르고 불행한 이유도 다양하지만, 정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꽤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로 보아 그들에게서 행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하루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행복을 잠깐이라도 경험했다면 그 행복을 곁의 누군가에게도 살며시 건네주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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