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남긴 숲

펫로스 - 보고 싶은 나의 반려견에게

by 강신명


네가 떠난 날은 하루가 바뀐 지 30분이

겨우 지난 한밤중이었어

힘들게 숨을 몰아쉬는 네게 탈수로 목이 마를까

주사기로 물 두 모금을 넣어 주었었지


세 모금째 넘기다 내 손길 아래 숨을 거두는

너를 믿을 수 없어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미친 듯이 흔들며 절규하던 시간


밤새 배가 움직일까 털이 흔들릴까

일어나서 엄마를 찾을까

굳어가는 몸을 어루만지며 현실을

부정했던 순간은 어느새 아침 햇살로 바뀌고

옆으로 잠자듯 고통을 벗고 누운 네가 신기하게

건강할 때처럼 참 예쁘고 편안해 보였어


굳은 몸이 바스러질까 죽음과 맞닥뜨린 상황 앞에서

허둥대다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했는데

결국 뜨거운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너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


눈앞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거부할 수 없는 춤을 추는 느낌이었어

꿈일까 생시일까 분명 나는 숨 쉬고 있는데

내 의지와는 상반되는 곳을 향해

사라진 시간은 달려가고 내가 마치 목줄에 매인

네가 된 듯한 낯선 공허함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부디 편히 가거라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거라

수없이 같은 말을 되뇌이며 시간 속에

남은 것은 이제 같이한 기억뿐


너의 차디차게 굳은 몸이라도 마음껏

끌어안아야 했는데 한 줌 뼛조각이 되어

금빛 보자기에 싸인 유골함을 받아 든 순간

너와 나의 시간은 형체도 없이 멈춰버렸지


그런데 이제야 깨달았어

네가 하고 싶었던 말을


낮에는 혹시 엄마가 나갈까 봐 한밤까지

악착같이 기다린 것이구나

그래서 너의 막다른 이승에서의 삶을

오롯이 엄마의 숨결을 느끼면서

같이 있고 싶었던 거구나


잠들 수 없어 너와 하얗게 지새운 그 시간이

나에게 안겨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으니

나를 위한 욕심은 내려 놓아야겠지

엄마가 너무 슬퍼하면 젖은 몸이 무거워서

무지개 다리를 못건넌다고 하니까


아가야 엄마를 쳐다보며 눈감아줘서 고마워

너의 편안히 잠든 가장 예쁜 모습을

실컷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나는 지금 너의 마지막에 대한 수수께끼를

온몸과 마음으로 하나씩 풀어가는 중이야


우리가 걸었던 장미 꽃길 보이지

엄마가 가끔 눈물을 참지 못할 때는 생시처럼

내 손을 핥고 눈 맞추며 위로해주렴


이 편지가 꼭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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