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 후선 Aug 18. 2024

무의식의 대변인 '꿈'

자주 꾸는 꿈이 있다.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고 나는 촬영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촬영하지 못해 허둥지둥 당황하는 꿈이다. 웨딩숍을 하기 전에는 늘 시험 치는 꿈이었다. 시험지를 다 풀고는 답안지에 옮겨 적으려는데 시간이 다 됐으니 답안지를 거두라는 것이다. 나는 답을 적어야 하는데 적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이런 꿈을 꾸고는 남편에게 얘기하면 남편도 불안한 꿈을 가끔 꾸는데 군대와 관련된 꿈이란다. 군대에서 물건을 잃어버려 당황하며 찾거나, 제대했는데도 서류에 기록이 없다며 다시 입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발버둥치며 허둥거리다 벌떡 깬다고 한다.


은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발현이다. 프로이드는 정신은 의식의 직접적인 산물이라기보다 무의식의 텃밭이며 꿈은 무의식 세계로 가는 왕도라고 했다. 프로이드 이전에는 심리학적 접근이 아니라 예언적인 꿈으로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이런 측면으로 꿈해몽에 관해 한두 번 찾아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좋은 꿈을 꾸고 나면 왠지 기분이 좋다. 적극적인 사람은 복권을 사기도 한다. 반대로 악몽을 꾸고 나면 부적을 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꿈은 누구나가 꾸기에 누구나 관심을 가진다. 지금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꿈은 모두의 관심사였다. 꿈과 관련한 얘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일화가 전해져 온다.  

   

동양에서는 장자의 ‘호접몽’이 유명하다. 장자가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꾼다. 꿈에서 장자는 나비가 되어 아름다운 꽃들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예쁜 나비들과 즐겁게 어울려 논다. 그러다 꿈에서 깨어보니 자신은 나비가 아니라 장자였다. 장자는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지, 내가 본래 나비였는데 나비가 꿈속에서 장자였는지’ 알 수 없었다. 이 꿈에서 영감을 얻은 장자는 만물이 상호 연관되어 있고 상호 의존하는 세계라는 ‘물物화化’를 주장했다.

서양에서 유명한 꿈 얘기는 성서에 나오는 살찐 소 일곱 마리와 마른 소 일곱 마리다. 하루는 이집트 왕이 꿈에서 마른 소 일곱 마리가 살찐 소 일곱 마리를 잡아먹고, 마른 이삭이 살찐 이삭 일곱을 잡아먹는 꿈을 꿨다. 요셉은 이 꿈을 칠 년 동안 풍년이 들지만 칠 년 동안 흉년이 들 것이라 해몽하였다. 이를 새겨들은 이집트 왕은  흉년을 대비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김유신의 여동생 문희의 꿈 이야기가 유명하다. 김유신에게는 두 여동생 보희와 문희가 있었다. 어느 날 보희는 토함산에서 서라벌이 다 잠기도록 오줌 누는 꿈을 꾸었다. 보희는 그 꿈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동생 문희한테 얘기하자, 문희는 비단 치마를 주고 보희에게 꿈을 샀고 훗날 국모가 되었다.  

    

과학적으로 꿈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잠잘 때 얕은 논램수면, 깊은 논램수면, 램수면을 하루에 5~7번 반복하며 잠을 잔다. 우리는 램수면 때 꿈을 꾸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몸은 잠을 자기에 움직임이 없지만, 눈동자는 뇌의 활동이 활발해져 생생한 꿈을 경험하기에 활발히 움직인다. 꿈은 우리의 감정, 기억, 그리고 무의식적인 생각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 수면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램수면 동안 '시아파'라는 뇌파가 나오는데 이 뇌파를 신진대사와 관찰하면 깨어있을 때 경험하는 뇌의 반응과 같다. 이때 신경억제 물질이 나와 자율신경계를 분리시켜 꿈속 경험에 반응해 대뇌 피질에서 근육을 움직이려는 것을 막는다. 간혹 뇌 분비가 잘못 작동되어 꿈이 끝나고도 계속 분비될 때가 있는데 이것이 ‘가위눌림’이다.     


프로이드는 『꿈의 해석』에서 '꿈은 무의식 상태의 정신을 거짓 없이 보여주며, 꿈을 해석하는 작업은 주로 잠재 사상의 내용이 어떤 방식에 의하여 상징적 표상으로 변화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의 꿈은 평소 때와는 조금 달랐다. 평소 촬영하는 꿈은 늘 잘못된 상황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깨는 꿈이었다. 그런데 어제 꿈은 별 어려움 없이 촬영하는 꿈이었다. 


내가 심리를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이 귀신을 덜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였던 엘버트 엘리스는 ‘합리정서행동치료’라는 인지치료요법을 개발했다. 줄여서 REBT라고 부르는데 비합리적인 사고를 찾아 합리적 사고로 바꾸게 될 때 가지고 있는 우울이나 불안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나의 비합리적 사고는 ‘귀신이 자꾸만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합리적 사고로 인해 나는 정서적으로 불안하여 밤이면 자유로운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혼자 집에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나는 '귀신이 무섭다'는 비합리적 사고를 ‘귀신은 생각일 뿐 현실에선 없다’는 합리적 사고로 바꿔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점점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되면서 불안이 줄어들게 되었다. 

지금 나는 밤마다 옥상에서 혼자 운동도 하고 유튜브도 보며 나만의 공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예전 나였다면 밤에 옥상에 혼자 있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귀신이 옥상 여기저기서 나를 쳐다보기에 단 몇 초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구나. 달라진 나를 알려주고 싶었구나. 서서히 변하기에 의식하지 못했던 달라진 나를 무의식이 꿈으로 '너 잘하고 있어'라고 알려주고 싶었구나.

이전 18화 무의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