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잡다 4,000만 명이 굶어 죽었던 사연
지금까지는 A의 답답함도 심정적으로 이해가는 부분이 있고, B에 관한 사항을 속시원히 해명할 수 없어서 나 역시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 말에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벌써 퇴직한지 몇 개월 되신 분에게 대체 왜 전화를 하신다는 겁니까? 중요한 건, 본인께서 알고 있음에도 기한 내 성적 제출을 하지 않으셨다는 거죠. 우리는 분명히 그런 분들에 대해 퇴직 시 공제하고 있어요. 비록 기한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제출하시면 공제 않도록 해보겠습니다."
"제가 B와 통화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시죠?"
"저는 전화하지 마시라고 권하겠습니다. 모두에게 모든 사연을 다 말할 수 없는 상황도 있는 겁니다."
다급하게 말했음에도 A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곤 대략 20분 쯤 뒤에 A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죄송합니다... 내용 다 들었어요."
당장 말이 나오지 않아 나도 숨을 한 번 고르고 대답했다.
"제가 말씀드렸죠, 전화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다고요. 그 분께 이게 무슨 실례입니까."
솔직히 목구멍 위쪽까지 '왜 사연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말이 차올랐지만 그대로 삼켰다.
A는 그제야 순순히 퇴직원에 서명하여 스캔본을 보내겠노라 했다.
진부할 정도로 흔한 진리,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다.
A는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에만 심취해서,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겸손함과 신중함이 부족했다. 그 오만 때문에 누군가는 애써 덮힌 상처가 다시 헤집어 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나로서는, 'HR 담당자로서 B에 관한 이야기를 끝까지 하지 않았다는 게 되려 이기적인 행동이었나'하는 생각과 더불어 B도 상처받지 않고 A도 납득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무척 씁쓸했었다)
그나마 이 일은 지극히 개인적인 수준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국가 지도자급의 아주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이 선무당 짓 하다 사람 잡은 사례가 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려주는 웃지못할 이야기다.
냉전 시기 미국과 경쟁을 벌이던 소련을 보면서,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은 미국은 아니더라도 영국 정도는 중국이 따라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중국의 사회·경제적 체질을 바꾸기 위한 '대약진 운동(1958~1962년 간)' 펼쳐졌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근간인 농업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유해한 벌레와 동물들을 박멸하는 '제사해 운동(除四害運動, 농업에 해를 끼치는 참새, 쥐, 모기, 마리 등 4가지 해로운 것을 제거한다는 뜻)'이 먼저 진행됐다.
흔히, 마오쩌둥이 농촌에 현장 지도를 나갔다가 참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저 새는 해로운 새다."
라고 하면서 시작됐다고도 한다.
마오쩌둥이 누군가. 그는 중국의 현대판 황제였다.
중국 14개 성에서 일제히 대대적인 '사냥'이 시작됐다.
특히 참새는 눈에 잘 띄는데다 덩치가 커서 잡기도 좋고 실적으로 보고하기에도 좋았다. 1958년 상하이 시에서 단 한 차례 사냥에서 잡아죽인 참새만 136만 7천여 마리에 달했다. 그렇게 1958년 한 해동안 중국 전역에서 2억 1천만 마리의 참새가 사라졌다. 완전히 씨가 마른 것이다.
중국 정부와 인민들은 그토록 해로운 새가 모조리 사라졌으니, 다가오는 1959년 풍년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과는 대재앙이었다.
전래없는 흉년으로 4,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학자에 따라 최대 6,000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도 한다.
포식자인 참새가 없어지니 메뚜기가 들끓었고, 메뚜기떼는 곡식이 여물기도 전에 논밭을 초토화시켰다. 여기에 더불어 모기와 파리도 폭발적으로 번식해, 장티푸스나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을 대규모로 퍼뜨렸다.
지금 우리 상식으로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생태계를 단기간에 그렇게 무너 뜨렸으니 철퇴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인민이 그렇게 떼죽음을 당한 뒤에야 오판을 깨달은 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소련에 요청해 참새 20만 마리를 조달해온다. 선무당 마오쩌둥의 칼춤은 그렇게 슬그머니 끝나고 말았다.
인지 편향 중 하나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이론이 있다.
무언가를 조금 아는 사람은 자신을 과대 평가하고, 오히려 적당히 아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자신이 어설프게 알고 있던 것들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감이 하락하지만, 다시 배우면서 겸손하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알게 된다. 그러니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논어>에서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는 말씀과 맞닿아 있다.
또, 이를 학위 단계별로 구분하여 활용한 유머도 있단다(나무위키 참고).
· 학사 : 난 무엇이든 다 안다
· 석사 :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
· 박사 : 난 아무 것도 모른다
· 교수 : 난 아무 것도 모르는데, 내가 말하면 다들 믿는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했지만 그 외에도 어설피 아는 사람들이 좁은 소견으로 잘못된 제도를 기획한다거나,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을 하여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등의 사례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개, 앞서 마오쩌둥과 같이 본인이 '모르는 것을 모르고' 오만한 판단을 성급히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전문가나 다른 사람의 조언·의견 따위도 구하지 않는 독단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선무당들에게 고한다.
제발 당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부터 깨달아 주시라. 그리고 조언을 하면 좀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