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
기본 정보
장르 공포,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6분
감독 조던 필
출연 루피타 뇽, 윈스턴 듀크, 엘리자베스 모스, 팀 헤이덱커,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애나 디옵
시놉시스
우리는 누구인가? 엄마, 아빠, 딸, 아들 그리고 다시 엄마, 아빠, 딸, 아들…
줄거리 요약(*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이상한 체험을 했던 애들레이드는 가족과 함께 그곳을 다시 찾는다. 그러나 평화로운 휴가는 금세 깨진다. 그날 밤,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 가족이 나타나 이들을 공격한다.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탈출이 시작되고, 애들레이드 가족은 점점 더 커져가는 ‘그들’의 반란을 목격하게 된다. 이 도플갱어들은 지하에서 인간들과 똑같이 살아가며 억눌린 삶을 살아온 복제인간들이다. 그들은 인간 세계를 뒤엎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결말부, 애들레이드는 자신의 도플갱어인 ‘레드’를 처치하지만, 영화는 마지막 반전을 드러낸다. 진짜 애들레이드는 사실 어린 시절 지하에서 올라온 복제였고, 그날 해변에서 지하로 끌려간 ‘진짜 애들레이드’가 바로 레드였던 것. 애들레이드의 아들 제이슨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만,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다.
영화 속 복제인간은 미국 사회의 이면, 억눌린 계층, 목소리를 빼앗긴 존재들의 은유다. ‘지하의 사람들’은 누구이며, 우리는 얼마나 쉽게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가?
‘주인공이 사실 가짜였다’는 반전은 놀라움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선과 악, 진짜와 가짜, 위와 아래를 뒤섞으며, 조던 필은 정체성의 경계를 허문다. 우리가 믿어온 ‘나’는 과연 진짜일까?
겟 아웃에 이어 어스는 다시 한번 장르의 틀을 비튼다. 공포이지만 미스터리고, 블랙코미디이면서 정치적인 영화. 조던 필은 웃음 뒤에 혐오를 숨기고, 공포 뒤에 질문을 숨긴다.
그곳은 기회의 이름으로 번영한 미국 사회의 뒷면이다. 빛나는 삶을 지탱하기 위해 말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공간. 햇빛 없는 복도, 버려진 통로, 무표정한 존재들. 우리가 가진 위의 삶은 누군가의 아래를 딛고 가능했던 건 아닐까. 영화에서 공포는 괴물의 형상이 아니라 사회 구조 그 자체에 있다.
도플갱어는 공포물이 자주 쓰는 도식이지만, 영화에서의 도플갱어는 억눌린 욕망, 배제된 기억, 그리고 제도에 의해 지워진 존재들이다. 애들레이드와 레드는 하나의 인격이 두 갈래로 나뉜 것이다. 누가 위였고 누가 아래였는가, 그 경계는 끔찍하게 모호하다.
1986년 미국의 'Hands Across America'는 대규모 자선 캠페인으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인간 띠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650만 명이 참여하고 약 3,400만 달러가 모금되었지만, 실제 빈곤층 구호에 전달된 금액은 1천5백만 달러 미만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행사 기획과 운영비, 광고비로 사용되었다. 당시 언론은 이를 보여주기식 캠페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연결된 인간띠가 실제로 중간중간 비어 있거나, 허술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허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는 그 장면을 피로 물든 손으로 재현한다. 도플갱어들은 지상인들의 거짓 연대를 조롱하듯, 그들만의 방식으로 완벽한 인간 띠를 만들어 낸다. 연결에는 단절이 없었고, 그 의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정성 있게 보였다. 감독은 냉소적인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누가 진짜 하나인가? 위선 없는 연대는 피를 봐야만 이뤄지는가?
복제인간 중 유일하게 말을 하는 레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해자인 듯한 그녀가 실은 피해자이자 생존자였음을 알게 된다. ‘목소리’는 누구에게 허락되었는가. 침묵하는 자들은 정말 말이 없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듣지 않았던 것일까.
이곳에서 모든 비극이 시작된다. 거울은 자신을 비추지만, 진짜 자신을 보여주진 않는다. 애들레이드는 그 거울 앞에서 ‘자신 아닌 자신’을 만난다. 그곳은 사회가 요구한 ‘정체성’과, 진짜 나 사이의 충돌 지점이다. 거울은 늘 진실을 반사하는 척하지만, 정작 우리가 보는 건 허상일 수도 있다.
<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