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깐이와의 대화
찌깐이가 태어난 후 지금까지 나는 찌깐이를 품에 꼭 안고 잔다. 내 팔이 저려 올 때까지 품고 있다가 찌깐이가 잠들어야 팔을 빼고 자유롭게 잔다. 우리는 매일 자기 전에 품에 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은 내가 아이의 하루를 묻고 그 일상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오늘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엄마?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당황스럽다. 하지만 아이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응"
"엄마 저번에 엄마의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울었잖아"
몇 달 전 난 너무 억울한 일이 있어 눈물이 났다. 분이 풀리지 않아 악을 쓰며 울었다. 그때 아이가 적지 않게 당황을 했던 모양이다. 이 아이 일생에서 내가 그렇게 소리 내서 우는 걸 처음 본 것이다. 작은 아이가 나에게 위로를 건넸다. 왜 자꾸 우냐는 질문에 나의 사정을 다 말할 수 없어 그냥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이 말이 맞기도 했다. 나는 어려운 일, 화가 나는 일, 억울한 일이 생겨야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기쁘고 행복할 때는 생각나지 않는데...
그렇게 목놓아 우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아이가 나를 다독여주었다.
"괜찮아. 보고 싶어도 꾹 참고 놀고 있으면 엄마가 오실 거야."
찌깐이가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보고 싶으면 하는 생각인가 보다.
"아니야. 엄마 아빠는 나에게 올 수 없어." 내가 찌깐이가 되고 찌깐이가 엄마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이번에도 적지 않게 당황했다. "올 수가 없어?"
찌깐이는 그일 이후로 그날을 잊지 않았다.
어쩌다 뜬금없이 묻는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저번에 보고 싶다고 울았잖아."
"응" 그날은 잊어줬으면 좋겠는데 자꾸 물었다.
"내가 엄마 해줄게"하고 찌깐이는 날 꼭 안아주었다.
이 작은 아이가 이렇게 나를 위로할지 몰랐다.
또 잊어버릴만하면 툭.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내가 엄마 해줄게" 우리 찌깐이는 대단한 결심을 했나 보다.
오늘은 아이가 궁금증을 풀고 싶었는지 또 물었다.
"엄마의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어?" 4살 된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이번엔 내가 당황했다.
"엄마의 엄마, 아빠는 하늘의 별이 되었어"
"왜?"
"사람이 죽으면 우주로 날아가서 빛나는 별이 되는 거야."
"그럼 엄마는 우주선 있어?"
"없는데.... 왜?"
"엄마 아빠 보고 싶다며 ~"
"아 ~ 엄마는 우주선이 없는 걸"
"그럼 날개는?"
"날개도 없지"
엄마의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해주고 싶어 아이디어를 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엄마가 만약 우주선이 있어도 엄마는 안 갈 거야"
"왜?"
"너를 못 보잖아"
아이가 갑자기 눈물을 훔쳤다.
"왜 울어?" 대답이 없다.
"엄마랑 헤어질까 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녀와 나무꾼처럼 날개옷이라도 찾아 엄마가 날아갈 것 같았나 보다.
"엄마는 우리 찌깐이랑 오래오래 같이 살 거야"
꼭 안아주었다.
"엄마의 엄마, 아빠 못 만나도 괜찮아. 하늘에서 엄마를 보고 계실 거야."
"하늘에선 집만 보일 거야."
"아~ 우리가 아파트 안에 들어가 있어서 안보일 거란 말이지?"
"응" 아이의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럼 엄마가 밖에 나가 산책도 하고, 걸어 다니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엄마의 엄마 아빠가 보시겠지"
그사이 아이는 잠이 들었다.
아이들 아침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방에서 자고 있던 찌깐이가 나를 부른다.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달려가 안아주었다
"잘 잤어?"
"엄마! 엄마는 우주로 가면 안 돼"
"응. 알았어. 사랑해"
딸아이의 말이, 포옹이 내 심장에 와닿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