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찌깐이가 뱃속에 있을때

by 꿈꾸는 감자


오늘도 아기멍을 하고 있다. 불멍, 물멍 보다 나는 아기멍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하다.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깨어날까? 무서워도 가만가만 만져도 본다. 머리카락도 쓸어주고, 보들보들한 피부도 만져본다. 작은 손을 내 손바닥에 포개도 보고, 엉덩이도 토닥여본다. 아기멍 하려고 아기 낳은 사람처럼 커가는 아기가 아까울 정도이다.


경기 양주에서 코로나 확진이 되어 재택 치료 중이던 임산부가 하혈과 진통으로 119 신고 접수. 병상 있는 병원 16곳이 모두 꽉 찼거나 수용 불가라 구급차 안에서 분만하였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배에 손이 올라갔다. ‘아가야. 우리 건강하게 만나자.’


큰 애를 학교에 보내고 부랴부랴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오늘은 정기 검진일이다. 뉴스에서는 노상 저출산을 말하는데 병원은 늘 인산인해다. ‘서울도 아니고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투덜거리며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남편은 새벽부터 출근해서 일을 하므로 혼자 병원에 왔다. 첫째도 아니고, 몸이 아파서 다니는 병원도 아니니 씩씩하게 혼자 잘 다녔다. 가끔 다른 집 부부가 같이 와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질투가 났다. ‘저 집 남편들은 일 안 하나?’ 그런 질투심이나 갖고 앉아 있는 내가 한심해서 이번엔 책을 들고 왔다. 입덧으로 속도 안 좋고 늘 틀어 있는 광고 TV와 사람들의 움직임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책만 펼쳐놓고 ‘일하러 가기 전에 좀 누워서 쉬었다 가고 싶다. 밥은 뭘 먹나?’ 잡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산모님. 자궁이 많이 열려 있어요. 보통은 아기가 나오는 길이 4cm 정도 닫혀있는데, 지금은 1~2cm 정도입니다. 대학병원에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갑자기요? 지금까지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소견서 써드릴게요. 저의 병원이 대학병원과 연계되어 있으니 외래 날짜를 잡아드리겠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밖으로 나왔다. 간호사는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예약을 잡고 알려 주겠다고 했다. ‘아기가 유산될 수 있으니, 대학병원에 빨리 가보란 말을 저렇게 말 한 건가?’ 갑자기 유산한 친척 동생이 떠올랐다. 그 동생은 6개월이 넘었는데도 유산했다. 유산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요동쳤다. 머리는 백지가 되어 ‘어쩌지. 어쩌지.’ 연신 어쩌지만 곱씹고 있었다.

“산모님. 죄송해요. 지금 대학병원이 코로나 때문에 병실이 없어서 예약을 잡아드릴 수 없습니다. 다른 병원을 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제가요?” 간호사는 “네”하고 나만 두고 가버렸다. 내 귀엔 호랑이가 너 잡으러 온다는 말로 들렸다. 어쩜 의사도 간호사도 담담하게 경고만 주고 사라지는 거지? 나는 너무 무서운데….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차올라 시야가 흐려졌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남편이 떠올라 전화기를 들었다. 눈감고도 터치 했던 폰인데, 손이 떨려 잘 눌러지지도 않았다. 눈물을 겨우 찍어내 시야를 확보하고 남편에게 전화했다. 남편은 일을 하는 중이라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바로 나에게 올 수 없다고 했다. 일단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보자.’를 되뇌며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집에 들어왔다.

식탁 의자에 앉아 꺼진 티브이처럼 한동안 앉아만 있었다.

‘자. 아이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는 모르는 거야.’

심호흡을 하며 내가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뱃속에서 꾸물거리던 아기를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초음파를 통해 심장 소리도 들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아기는 건강한데 아기를 지키는 내 몸이 약해서 유산은 할 수 없는 거야.’

일단 회사에 출근을 못 한다고 연락했다. 그리고 전북에 있는 대학병원에 전화를 다 돌렸다.

“저의 병원에서는 진료 보실 수 없어요.”

“병실이 없어요.”

“다른 병원 알아보세요.”라는 말만 돌아왔다.

심장이 두 배는 더 빨라진 것 같았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아빠가 늘 말씀하셨던 게 떠올랐다. 차 키를 들고 집 밖을 나왔다. ‘일단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쳐들어가 보자.’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며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심호흡 해가며 병원에 갔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했다.

“나 전북대 왔어. 응급실로 일단 쳐들어갈 거야. 일 마무리 되는 대로 이쪽으로 와.”

호랑이랑 싸우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들어가는 방법은 단 두 가지다. 외래를 잡아 들어가는 것과 응급실로 들어가는 방법. 외래는 잡을 수 없으니, 응급실에 드러눕는 쇼라도 해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1차 관문은 코로나 검사를 해서 통과를 하는 것이었다. 비싼 비용을 내고 1차는 통과 되었다. 응급실엔 피를 흘리는 사람들,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사람도 있었다. 완전무장 한 의료진이 나를 배드에 눕혔다. 젊은 의사가 왔다.

“증상 말씀해 주세요.”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산모님. 여기서 해드릴 게 없어요. 외래도 꽉 차서 산부인과 진료 보기 힘들고요. 입원실도 없어요. 돌아가 주세요.” 2차 관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돌아가라니.

“여기저기 다 전화해 봤어요. 다 오지 말래요. 아기가 위험하다는데, 진료라도 보게 해주세요. 상황이 어떤지 제가 알아야죠. 아이를 잃을 수는 없잖아요. 저는 어디로 가라고요.”

울면서 떼를 썼다. 말하면서 복받쳐 올라 목소리는 더 떨리고 눈물은 뚝뚝 떨어졌다. 의사는 난감해하며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씀드니 진료마지막 타임에 나를 봐주시기로 했다. 그 선생님 덕에 외래도 보고, 바로 응급으로 수술방을 잡아 수술을 했고, 천만다행으로 수술하는 그 시간에 병실이 나와 나는 입원도 할 수 있었다.

갑자기 만난 호랑이를 때려잡은 장군 마냥 지금도 가끔 내가 대견하다.

살면서 다시 호랑이를 만나도 때려잡을 수 있는 용기를 나는 전리품으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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