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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두리 Aug 11. 2024

프롤로그

당신을 보내고 10년 후, 이제야 이 글을 쓰는 이유

 엄마, 당신을 떠나보낸 지 10년이 지났네요. 저는 당신으로 하여금 오랫동안 깊은 외로움과 우울, 그리고 죄책감 속에서 괴로워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 남겨진 저는 당신이 참 많이 미웠어요.


 우울에 잠겨있던 어린 시절의 저는 많은 것들을 포기했고, 우울을 핑계 삼아 미루고 도망치며 ‘난 이래도 돼’라는 이상한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당신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기억과 그 후에 찾아온 죄책감은 아직도 저를 아프게 합니다.


 저는 항상 당신과 함께한 모든 시간에 의문을 품고 살았습니다.

나를 왜 낳으신 걸까?

왜 보육원에 보내지 않으셨을까?

엄마는 그때 왜 그런 사람을 만나셨을까?

왜 내게 꿈은 필요 없다고 하셨을까?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여자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에서 기어코 저를 키워냈죠.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저도, 당신도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저는 항상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당신에게서 벗어나야만 했습니다. 병원도 가보고, 상담도 받아보고, 싫어하던 운동도 해보고, 안 읽던 책도 읽어봤습니다. 나아지기까지는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고, 무수히 많은 시련이 있었네요.


 드디어 아픔이 무뎌지고, 제가 제 삶을 살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당신이 물려준 우울과 죄책감에서 벗어나 이제야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그동안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니, 단 한 번도 당신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 적이 없었어요. 모든 것을 제 입장에서만 보며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당신이 떠나기 전 들려주었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어쩌면 당신은 평생을 저보다 더 깊은 외로움 속에서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제 오직 당신의 시선에서,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당신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 날부터 저는 더 이상 당신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당신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는 제가 당신의 삶을 추억해보려고 합니다.




2024년 8월

엄마의 막내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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