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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테크

나도! 재테크 2

by Rani Ko

요즘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 많이들 하시지요. 그런데 투자하기 전 공부를 많이 하시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여기서 공부란 관련 서적 읽는 것, 뉴스나 유튜브로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외의 실전 공부도 포함됩니다. 부동산 실전 공부에는 직접 발로 뛰는 임장도 포함될 수 있겠고 주식의 실전 공부에는 실제로 내가 투자할 회사를 정량적, 정성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도 포함됩니다.


많은 재테크 방법 중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서 제일로 통하는 것은 역시나 부동산 투자입니다.


오늘은 부동산 실전 편으로 투자를 하려면 어디까지 각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부동산은 투자금 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신중히 투자해야 하고 그 책임 또한 무겁습니다.




모든 투자는 본인 책임입니다. 이 말은 굉장히 멋있기도 하지만 무서운 얘기 이기도 합니다. 빚을 잔뜩 내서 했는데 원금 보전은 커녕 손실이 나고 있고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2012년도에 산 아파트는 처음부터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동안 가격이 쭉 빠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출받아 집을 사라는 시그널을 2013년 말부터 내보내기 전까진 서울 집값은 약세였습니다. 융자를 내서 집을 샀고 매달 이자는 나가는데 집값이 제자리 걸음이기는 커녕 오히려 몇 천씩 빠지니 속이 탑니다. 그렇다고 얼마 전에 매수한 집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저는 한동안 부동산 시세를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어차피 시세 검색만 해봐야 마음만 상하니까요. 대신 직장일과 운동에 더 매진했습니다. 실패한 부동산 투자를 떠올리기 싫기도 했고 이자에 원금 갚느라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 했거든요.


오로지 제 판단으로 결정한 투자이니 책임도 오롯이 제가 져야 했지요. 네,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언제가 먼 훗날 반드시 오를 거라는 희망을 갖고 한 투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제 월급의 절반 이상을 고스란히 은행에 바쳐야 했기 때문인데요. 그나마 아직 아이들이 없었던 시기라 허리띠 졸라매기가 가능했어요. 경조사비를 비롯한 대외비용을 줄일순 없으니 생활비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식비, 문화비, 의류비 등을요. 삼겹살도 1달에 1번만, 그것도 집에서.. 구워 먹고 외식은 단체 회식 때만 가고 자장면 시켜 먹을 때도 탕수육 대신 군만두로 때웠습니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로, 호텔 대신 저렴한 숙소로 다녔고 여행 기간이나 횟수도 많이 줄였어요. 대신 남편이랑 등산을 많이 다녔습니다. 돈도 안 들고 시간도 잘 가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운동도 하니 1석 4조의 효과를 봤지요. 지금은 웃픈 추억입니다만 그 당시 저는 절박했거든요. 참, 커피 값도 아끼기 위해 커다란 보온병에 잔뜩 커피를 타서 다니기도 했어요.



영화도 극장 대신 집에서, 책도 도서관에서, 옷도 웬만하면 사지 않고 작년 옷으로 버티기. 미용실 용 가위사서 앞머리도 집에서 거울 보며 직접 잘랐어요. 어찌 보면 구질구질할 정도로 아꼈습니다. 버텨야 했으니까요. 2달치 이자만 밀려도 은행에서 바로 연락 오는 거 아시지요? 그만큼 빚이 무서운 거였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버티니 금리가 차츰 내리면서 서서히 집값이 오르더군요. 기분은 좋았습니다. 드디어 버틴 만큼 빛 보는 날이 오는구나!!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부동산 가격 오르는 것은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최소 2년은 지나야 전세 보증금이라도 올려 받을 수 있고요, 자가면 그냥 깔고 앉는 겁니다. 매년 세금만 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이 주는 든든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요. 다시는 2012년 그 해, 그 가격으로는 그 물건을 절대 살 수가 없거든요. 13년이 지난 지금 그 집의 가치는 4배가 넘었고 물론 오른 가격만큼 세금도 많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기쁜 마음으로 냅니다. 저는 성실한 납세자이니까요.



그 집에서 아이 둘을 낳고 꽤 오랜 시간을 살았어요. 이제는 곧 재건축이 될 집이라 시간이 지나면 가격은 더 오르겠지요. 그동안 몸테크 제대로 하면서 살았습니다. 녹슨 물, 주차지옥(이중주차를 넘어선 삼중주차지옥), 평수보다 비좁은 집안 구조, 여름엔 덥고 겨울엔 외풍에 추워서 샤워커튼 사서 현관 앞에 달고 살았고요. 모기는 뭐 말도 못 했고요. 윗집에서 물 새서 물폭탄도 맞아봤고 장마철에 베란다 외벽으로 빗물 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 생각하면 진짜 눈물이... 이런 것이 진정한 몸테크입니다.




이런 모든 불편을 견디시고 재테크하실 수 있으십니까? 추운 겨울을 견뎌야 꽃이 피는 봄이 오듯 하락기를 견뎌야 상승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재테크는 결코 꽃밭을 걷는 경험은 아닙니다. 집 값이 떨어 져도 이자를 내며 버티실 수 있고 주가가 곤두박질쳐도 버티며 물타기하며 기다리실 수 있다면.. 온몸으로 버텨내실 수 있다면 투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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