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하늘

by 권설아

"아빠, 하늘이 불타고 있어요."


매튜는 어린 딸 에밀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퀘벡의 하늘은 마치 피에 젖은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15년차 소방관인 그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2023년 4월, 봄비 대신 번개가 퀘벡의 하늘을 갈랐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매튜, 상황이 심각해."

소방서장 로버트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시작된 불이 마치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어. 앨버타, 서스캐처원... 이제 우리 퀘벡까지."

매튜는 창가에 서 있는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딸의 작은 손바닥이 유리창에 닿아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하늘은 점점 더 검붉어져 갔다.


"에밀리, 이제 할머니 댁에 가야 할 것 같구나."


6월이 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매튜의 무전기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4만 2500제곱킬로미터... 반복한다. 4만 2500제곱킬로미터가 전소됐다. 이는 지난 4년간의 화재 피해 면적을 넘어서는 수치다."

"퀘벡주만 150곳, 전국 414곳에서 화재 발생. 그중 239곳 통제 불능."


숫자들이 차갑게 흘러나왔지만, 현장의 열기는 지옥과 다름없었다.

매튜는 헬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불길은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대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한 아파트에서 제시카는 딸 소피아를 깨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창밖은 마치 화성의 아침처럼 붉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충격적인 숫자가 떠있었다. 미세먼지 농도 401.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엄마..." 잠에서 깬 소피아가 창가로 달려갔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캐나다에서 온 연기란다, 소피아."

"캐나다요? 하지만 그건..."

"맞아. 정말 멀리서 왔지."


그날 오후, 뉴욕 교육청은 8일과 9일 휴교를 결정했다.

MLB 경기는 취소되었고,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조명도 꺼졌다. 2만 명의 캐나다인들이 대피소로 향하는 동안, 전 세계에서 모인 천여 명의 소방관들이 불길과 싸우고 있었다.


9월, 매튜는 마지막 불씨를 끄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네이처지는 이 대재앙이 인도의 연간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647테라그램의 탄소를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악몽 같은 상황이 2050년대에는 일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빠, 이제 하늘이 다시 파래졌어요."


에밀리의 말에 매튜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켠에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다. 다음번에는 더 거대한 불길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그는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에밀리야,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단다."


하늘은 다시 파래졌지만, 매튜는 알고 있었다.


저 평화로운 하늘 너머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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