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을 애도
제 방에는 큰 책상과 큰 침대가 있어요. 책꽂이 두 개가 있고, 그 책꽂이에는 가뜩 오래 간직하고 싶은 책들과 추억을 담은 앨범이 있어요. 노트북이 두 개,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항상 두 개 있고요. 그중에 하나는 매일 저의 여정을 함께해요. 책상 벽면에는 무수한 메모들이 포스티잇에 적혀 저를 응원하고, 잊지 말아야 할 생각들을 알려줘요.
책상 맞은편에는 옷장이 두 개 있어요. 첫 번째 옷장에는, 첫 면접을 보았을 때 입었던 정장, 해양대에서 입었던 제복, 그리고 군복이 걸려있어요. 두 번째 옷장에는, 정말 저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샀던 오래된 옷들이 있어요. 저는 오래된 옷을 좋아하거든요. 한철 지난 스타일들이라고 하지만, 저의 마음을 오래 사로잡아요.
옷장 옆에는 통기타 하나, 클래식 기타 하나, 그리고 우쿨렐레가 있어요.
악기 연주가 취미 었을 때, 매일 가지고 놀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의 열정은 없어서 잠시 쉬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 새로운 코드를 만나면, 오랜 잠을 깨워서 종종 괴롭힙니다.
책꽂이는 두 개예요. 하나는 자기 계발서과 전공서적들을 보관하고, 다른 하나에는 철학책과 소설책 등등을 보관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장신거울, 프린터기, 쓰레기통, 카메라 등등. 저의 손 때가 묻지 않은 물건이 없어요.
제 방에 대한 이야기를 왜 했을까요. 맞아요. 이 방은 곧 사라질 겁니다.
저희 가족은 이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주택으로 이사하여 좀 더 개인적인 우리만의 공간이 생기는 거예요.
하지만, 아쉬워요. 오래 살았던 곳이라 너무도 많은 추억이 있거든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불편하고 답답했던 이 방이, 어느덧 이렇게 소중한 장소가 되어버렸어요. 새로 이사 갈 방을 제가 꾸밀 수만 있더라면, 소중히 저의 짐들을 옮길 텐데요. 부모님께 맡기고 가야 하니 미안한 마음이죠. 무척 깐깐한 저의 취향을 고려해서 방 구조를 어떻게 해달라고, 나름 기획서를 만들고 있어요.
이사 가기 아쉬운 마음이지만, 후련하게 떠날 수 있는 이유도 있어요. 아버지의 말씀이 저에게 크게 와닿았거든요. 아버지는 저에게 "이 집에서 앞으로 평생을 살 순 없을 거야. 이미 오래 살았고, 이사 갈 시기를 놓이면 앞으로는 더 가기 힘들 거야. 그러니 지금 떠나는 거야. 내가 살 집을 직접 만드는 게 꿈이기도 했지만, 그뿐만은 아니야. 우리는(부모님은) 앞으로 노년을 보낼 곳으로 이사 가야 해. 너희 방을 남겨서, 추억하는 것 또한 하고 싶어."
저는 아버지를 이해해요. 증조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와 지금의 아버지가 함께 살았을 때, 저희 가문은 주택에서 살았거든요. 아버지가 20살 때,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랬어요. 하지만, 모든 걸 잃었고, 그 집도 잃었어요. 그런 아버지의 삶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감해요. 아버지의 마음을 아주 깊게 공감합니다.
아버지를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지금을 꿈꾸며, 이전 30년을 안정보다는 위험으로 살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받아들여요. 하지만, 사랑했던 이 방을, 끝내 보내기 아쉬워서 오늘은 이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아요. 글을 쓰면서 다시 바라본 제 방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딱 저의 방이었어요.
책상에 앉아 가끔 창밖을 바라보면, 새들이 지저귀고, 여름이면 매미가 목소리를 내고, 가을이면 낙엽을 볼 수 있고, 겨울이면 창가에 눈이 쌓이는 이 방에서의 지난 8년을 내가 잊지 않을게. 나를 품어주고 지켜줬어요. 이 공간을 함부로 사용한 적도, 전부 버리면서 청소한 적도, 방이 너무 작다고 투덜거린 적도, 밖의 소음이 너무 싫을 때도 있었고, 마음에 안 들어서 새로운 벽지로 꾸진 적도 있지만, 지금은 널 사랑해.
지금까지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