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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 한수남

by 한수남


입꼬리를 올려보고 눈꼬리를 올려본다.

가을 끝자락에서

엉덩이뼈 근처 예전에 꼬리가 달려있었을

그곳을 슬며시 만져 본다

지금은 헤매다닐 시간이 아니라

해답을 얻어야 할 시간이건만 아직도 우린

낡고 지친 꼬리로

이리저리 헤매 다닌다

오래 헤매고 다닌 사람끼리는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어서

꼬리지느러미 흔들며 같이 헤엄치고 싶은

따뜻한 물 속 같은 꿈을 꾸다가

어느새 가을도 꼬리를 감추고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으므로 이제

남은 꼬리를 돌돌 몸속으로 말아 넣어야 한다

그립거든

언제든 꺼내놓기 위하여



충북 단양군 보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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