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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 한수남
by
한수남
Nov 30. 2024
그때 나는 나뭇잎 한 잎이 되기를 소망하였다
.
모든 추락하는 것들 가운데 가장 우아해 보였으므로
나도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추락하여
한껏 말라가기를 소망하였다
.
바스락
빠스락
통쾌하게 사라지고 싶었으나
완벽하게 마르기도 전에
찬비가 오고
찬바람이 불고
이리저리 치이고 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므로
작년에 쓰던 장갑을 다시 꺼내고
작년에 두르던 스카프를 다시 두르고
하루쯤 실컷 낙엽을 밟아보았다
.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 또한 모두
한 잎 낙엽이 되어 사라져갈 터
.
그리하여
11
월
30
일에는
묻고 싶었던 안부는 물어야 한다는 것
쓰고 싶었던 일기는 남겨야 한다는 것
keyword
소망
나뭇잎
낙엽
Brunch Book
날마다 찾아가는 수수한 시 4
20
눈송이 손님 / 한수남
21
콩으로 메주 쑤는 이야기 / 한수남
22
11월 30일 / 한수남
23
12월 / 한수남
24
눈이 내리네 / 한수남
날마다 찾아가는 수수한 시 4
한수남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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