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살짝 가리면서 웃는 네 모습이 좋았다.
네가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커피를 마시고
뜨거운 커피 속으로 과자를 살짝 적실 때
살짝 가려도 보이던 덧니 같은 것들이
오래 오래 생각날 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돌아서 가다가 사알짝,
돌아보던 네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살짝 살짝 몸이 아팠다.
크게 병이 나서 드러눕지는 않았지만,
살짝의 힘이 이렇게 클 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신이 아프다는데
나는 오늘도 밥을 잘 먹었어요
당신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는데
나는 꽃도 보고 바람도 보았어요
수수한 옷을 입고
수수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꾸 생각이 나요
당신이 입었던 옷, 당신과 먹었던 음식이
떠올라요. 언제 당신을 보러가야 할지
자꾸 망설여요
우리가 함께 불렀던 노래를 내가 부르면
당신은 나를 알아볼까요
당신의 깊은 눈동자만 자꾸 생각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