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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비 오는 날

by 한수남

반짝 / 한수남


반짝은 혼자 있으면 안돼지, 사라지고 말지

반짝은 반짝반짝

둘 이상이 되면 안심이지, 빛날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오래 오래 반짝일 수 있을까?

바닷가 가서 윤슬을 보고 알았지

차올라야, 차올라야, 반짝일 수 있지


눈이 부시다는 말, 아름답다는 말

내가 너를 끝끝내 못 잊는다는 말

아름다운 건 왜 자꾸 탄식을 불러오는지


반짝은 혼자 있으면 사라지고 말지

반짝반짝, 모여서 수천 수만의 나비 떼로

날아 올라야지, 발돋움 발돋움 해야지



비 오는 날 / 한수남


산에 가고 싶었지만 산에 못 가고

먼 산을 바라보았다


바다를 보고 싶었지만 바다까지 못 가고

먼 바다를 그리워했다


파도 치는 푸른 바다가 된 듯이

흔들리는 한 그루 나무가 된 듯이

나는 이리저리 실컷 몸을 흔들어댔다


비 개고 나면 많은 것들이 성큼 자라 있듯이

마음껏 그리움이 자라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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