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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사랑, 헤어질 무렵

by 한수남

허름한 사랑 / 한수남


어느 나무 그늘에

우리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요


어깨를 기대지도 못하고

손 내밀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달아난 내 마지막 모습을

당신은 언제

어느 순간에 저를 기억할까요


어느 쓸쓸한 바닷가에

내 눈물이 남아 있을까요


어둠 속에 부서지는 흰 파도

흰 파도 보며

철 지난 유행가를 고래고래 불렀었지요

당신은 언제, 어느 순간에

그 노래를 기억할까요


이제 우리 사랑도 낡아서

허름한 사랑

눈부신 젊음도 가고

목마른 노래도 가고


어느 꽃 지는 나무 아래

허름해서 편안한 옷을 입고

같이 걸어볼 수 있을까요



헤어질 무렵 / 한수남


멀리서 바다가 먼저 구슬픈 소리로

울음 웁니다.

어찌 알고 새들이 붉은 노을 속을

날아갑니다.

부끄러운 손이지만 먼저 내밀어봅니다.

힘 주어 잡았다가 스르르 풀어줍니다.

마음의 불덩어리도 풀어내면


저렇게 아름다운 노을이 되는 것을

지금, 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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