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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조각, 가을 꽃

by 한수남

달조각 / 한수남


동그랗던 보름달 누가 떼어먹었나?

지나가던 구름이 배가 고파서

한 입씩

한 입씩

나눠 먹었지


핼쓱했던 그믐달

어느새 통통하게 살이 올랐네


누가 누가 달에게 맛있는 걸 주었나?

지나가던 구름이 달에게 와서

한 입씩

한 입씩

먹여 주었지


오늘은 동글동글 보름달이 떴네

수많은 달 조각이 모인 보름달



가을 꽃 / 한수남


너희는 대체로 가는 허리를 가졌구나


한들한들 바람에 몸을 맡겨

뒤늦은 태풍이 할퀴어도 결코 꺾이지 않는구나


너희는 아스라한 꽃잎을 가졌구나


흰빛, 분홍빛, 보랏빛

사람을 사로잡았다가 겨우 놓아주는구나

떠날 때도 한잎 두잎 제 발등을 덮으며 지는구나


너희는 이제 사라져 가는구나


까만 씨앗을 남기고

땅 속에 뿌리를 남기고


눈 앞에서는 사라지지만 다시 돌아올 약속을 남기고

멀어져 가는구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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