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길을 꺾으면 누가 나타날까?
내 인생에 어떤 새로운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
대체로 무난한 날이 더 좋을 수 있겠지만
꽃잎이라도 진다면, 바람에
낙엽이라도 뒹군다면, 비에
머리칼이라도 젖는다면, 우두커니 선 채로 나는
남아있는 희망에 대해
부질없는 노래 한소절 시작할 수도 있으리
못 불러도,
애틋하거나 애절하거나
내 노랫소리에 문득 귀를 기울이는 사람 하나가
길모퉁이 저쪽에서 걸어올 수도 있으리.
* 전혜린에세이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차용
종종, 세상이 내게
등을 돌린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가만 보니
세상은 그냥 흘러가고 있고
내 마음이 얄궂게
등을 돌린 것
종종,
구름이든 꽃이든 별이든 바라보면서
눈물 나게 이쁜 것들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을
세상 쪽으로 돌려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