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진한 슬픔을 위하여
나는 머리까지 내주었다.
죽은 자를 위하여 산 자들이 모인 자리
이마에 송송 맺히는 뜨거움을 위하여
나는 머리까지 통째로 바쳤다.
고개는 대체로 수그리는 게 좋다
눈가는 불그레죽죽
울음 끝에 허기진 너희 뱃속 든든하게 챙겼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식었다면 반드시 다시 데워라
모름지기
슬픔은 진하고 뜨거운 것이 좋다.
어둔 밤 일어나 앉아 뼈를 만져 보면
유독 아픈 부분이 있어
광대뼈 턱뼈 어깨뼈 뒷목뼈
차례 차례 오래 오래 뼈들을 만져 보면
새삼 뼈와 뼈의 연결이 경이롭고
몇 번의 경험으로 사랑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없듯
뼈를 몇 번 만져 본들
뼈에 대해 무얼 알 수 있겠는가,
새삼 뼈를 공부하고 싶어지고
가령, 짐승의 살 속에 박혀있던 굵은 사골뼈
우리고 우려낸 뒤에 남겨진 숭숭 뚫린 구멍처럼
내 존재의 살,
그 살 속의 뼈,
뼈들은 과연 무얼 남길 것인가
몇 번의 경험으로 진정
사랑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없듯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제 뼈를 다만 느낄 뿐,
뼈가 아픈 날
어둔 밤 홀로 일어나 앉아, 뼈를 만져 보다가
(사진 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