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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국밥, 뼈

by 한수남

소머리국밥 / 한수남


너희 진한 슬픔을 위하여

나는 머리까지 내주었다.


죽은 자를 위하여 산 자들이 모인 자리

이마에 송송 맺히는 뜨거움을 위하여

나는 머리까지 통째로 바쳤다.


고개는 대체로 수그리는 게 좋다

눈가는 불그레죽죽

울음 끝에 허기진 너희 뱃속 든든하게 챙겼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식었다면 반드시 다시 데워라

모름지기

슬픔은 진하고 뜨거운 것이 좋다.



뼈 / 한수남


어둔 밤 일어나 앉아 뼈를 만져 보면

유독 아픈 부분이 있어

광대뼈 턱뼈 어깨뼈 뒷목뼈

차례 차례 오래 오래 뼈들을 만져 보면

새삼 뼈와 뼈의 연결이 경이롭고


몇 번의 경험으로 사랑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없듯

뼈를 몇 번 만져 본들

뼈에 대해 무얼 알 수 있겠는가,

새삼 뼈를 공부하고 싶어지고


가령, 짐승의 살 속에 박혀있던 굵은 사골뼈

우리고 우려낸 뒤에 남겨진 숭숭 뚫린 구멍처럼

내 존재의 살,

그 살 속의 뼈,

뼈들은 과연 무얼 남길 것인가


몇 번의 경험으로 진정

사랑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없듯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제 뼈를 다만 느낄 뿐,


뼈가 아픈 날

어둔 밤 홀로 일어나 앉아, 뼈를 만져 보다가


(사진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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