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 나던 어느 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눈물까지 맺히던 그날
내 눈에 들어온 저 나무 꼭대기
우듬지라고 부르지
최전방에서 비바람을 막아내는
저 외로운 꼭대기 자리
헛것은 가라면서
자잘한 분노나 화 따위는 훌훌 날려버리고 있었네
한 뼘이라도 더 초록빛 희망을 밀어올리고 있었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나무 꼭대기를 보게 되었지
주르르 눈물을 좀 흘리고 난 후,
두 눈 속에 나무 꼭대기 꼭꼭 넣어두게 되었지
살면서 불쑥불쑥 화가 치솟는 날
높고 높은 나무 꼭대기를 생각하며 견딜 수 있었지.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에 왔어요
옷 갈아입다 보니 빈손이 아니예요
손을 펴보니 빈손이 아니예요
아까, 사뿐히 떨어지던 꽃잎 그림자
나를 따라왔네요
살짝 서럽던 그 향기가 나를 따라왔네요
내 따뜻한 손안에
더 머물다 가라고
손을 다시 꼬옥 쥐어봅니다
손을 다시 마주 잡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