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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꼭대기, 빈손

by 한수남

나무 꼭대기 / 한수남


너무 화가 나던 어느 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눈물까지 맺히던 그날

내 눈에 들어온 저 나무 꼭대기


우듬지라고 부르지

최전방에서 비바람을 막아내는

저 외로운 꼭대기 자리


헛것은 가라면서

자잘한 분노나 화 따위는 훌훌 날려버리고 있었네

한 뼘이라도 더 초록빛 희망을 밀어올리고 있었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나무 꼭대기를 보게 되었지


주르르 눈물을 좀 흘리고 난 후,

두 눈 속에 나무 꼭대기 꼭꼭 넣어두게 되었지


살면서 불쑥불쑥 화가 치솟는 날

높고 높은 나무 꼭대기를 생각하며 견딜 수 있었지.



빈손 / 한수남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에 왔어요


옷 갈아입다 보니 빈손이 아니예요

손을 펴보니 빈손이 아니예요


아까, 사뿐히 떨어지던 꽃잎 그림자

나를 따라왔네요

살짝 서럽던 그 향기가 나를 따라왔네요


내 따뜻한 손안에

더 머물다 가라고


손을 다시 꼬옥 쥐어봅니다

손을 다시 마주 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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