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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특징, 돼지머리

by 한수남

신체적 특징 / 한수남


누구는 이마에 큰 점이 있고, 병원 가서 빼도 다시

솟아나는 점이 있고, 누구는 가마가 둘 또는 셋


누구는 목 뒤에 숨겨둔 혹이 있고 누구는 손등에 화상자국

누구는 평발이고 누구는 발가락이 여섯 개

누구는 넓적다리에 칼 맞은 흉터가 있다


기억상실에라도 걸리면 맞춰봐야 안 되것냐

행방불명 행려병자 되면 물어는 봐야 안 쓰것냐

전쟁 나서 죽으면 시체는 찾아야 안 되것냐


요모조모 다른 것이 다 이유가 있다.



돼지머리 / 한수남


잘리고서야 마음껏 웃는구나

하늘 실컷 바라보니 시원하냐

사십 오 도 각도로 뻥 뻥 뚫려서

귀에까지 걸렸구나 흐흐 웃음 흘리는구나


땅바닥에 주둥이 박은

굴욕의 삶

끝장내고 나니

구멍마다 쑤시고 들어오는 이건

인간들이 숭배하는 神이 아니더냐


절까지 받는구나,

황송스러워라 흐흐

절 받을수록

돈 꽂힐수록

점점 근엄해지는구나

오호라, 이 자리가 명당자리구나

죽어서 목 잘리고서 얻은

한 뼘의 영광


푸짐한 살덩이들

곳곳으로 떠나간 후,

마지막 남은 내 얼굴처럼

그대도 한번 

웃어 보시게


* 대문사진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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