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이마에 큰 점이 있고, 병원 가서 빼도 다시
솟아나는 점이 있고, 누구는 가마가 둘 또는 셋
누구는 목 뒤에 숨겨둔 혹이 있고 누구는 손등에 화상자국
누구는 평발이고 누구는 발가락이 여섯 개
누구는 넓적다리에 칼 맞은 흉터가 있다
기억상실에라도 걸리면 맞춰봐야 안 되것냐
행방불명 행려병자 되면 물어는 봐야 안 쓰것냐
전쟁 나서 죽으면 시체는 찾아야 안 되것냐
요모조모 다른 것이 다 이유가 있다.
목
잘리고서야 마음껏 웃는구나
눈
하늘 실컷 바라보니 시원하냐
코
사십 오 도 각도로 뻥 뻥 뚫려서
입
귀에까지 걸렸구나 흐흐 웃음 흘리는구나
땅바닥에 주둥이 박은
굴욕의 삶
끝장내고 나니
구멍마다 쑤시고 들어오는 이건
돈
인간들이 숭배하는 神이 아니더냐
절까지 받는구나,
황송스러워라 흐흐
절 받을수록
돈 꽂힐수록
점점 근엄해지는구나
오호라, 이 자리가 명당자리구나
죽어서 목 잘리고서 얻은
한 뼘의 영광
푸짐한 살덩이들
곳곳으로 떠나간 후,
마지막 남은 내 얼굴처럼
그대도 한번
웃어 보시게
* 대문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