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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거짓말처럼, 뒤집힌 거북이

by 한수남

희망은 거짓말처럼 / 한수남


희망은 마치

한 알의 사탕처럼 달콤하지요.

이리 와, 이리 와,

하얀 손을 흔들며 우리를 유혹하지요.


한 알의 희망은 그러나

수많은 절망을 불러왔지요.


떨어지고, 뚝뚝 떨어지고

찢어지고, 갈가리 찢어지고

패배하고, 패배했지요

땅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절망했지요.


희망에 희망을 보태면

무엇이 되나요?


희망은 늘 거짓말처럼

하얀 손을 흔드는 신기루처럼 유혹하지만

이제는 희망에 질 순 없지요.


희망에 희망을 보태어

간절한 열망이 된다면


그, 간절한, 열망으로,

희망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뒤집힌 거북이 / 한수남


거북이 한마리 몸이 뒤집혔어요.

모래언덕을 오르다 무게중심을 놓쳤나 봐요.


짧은 목 아무리 길게 빼어 보아도

짧은 팔다리 아무리 바둥거려도


뒤집힌 걸 뒤집을 수 없어서

애가, 애가 타는데


거북이 한 마리 엉금엉금 기어오네요.

친구야, 내가 너 밑으로 좀 들어갈게


제 몸을 뒤집힌 등껍질 밑으로 밀어넣네요.

뒤집힌 녀석을 온몸으로 다시 뒤집어놓네요.


잠시 쉬었다가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시 바다로 가겠지요.


누군가 바둥바둥 몸부림치고 있는걸

모른 척 외면하지는 않았을까요? 우리는

내가 뒤집혔을 때 나를 뒤집어줄 친구를 가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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