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Sep 28. 2024

구걸학생 VS  고등학생

나쁜것은 빨리 익히는법

우리 집 생활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나는 내 상황들이 버거워져 갔다.

공부는 하기 싫은데,  초등학교를 마치니 중학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 중학교에 가려면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전후였던 것 같은데 시험을 쳤었다.

그 시험 성적으로 근처의 중학생들을 골고루 어서 될 수 있으면 집 가까운 곳으로 배정했던 것 같다.

나의 중학교는 정말 학교 교실에서 보면 우리 집이 보일 만큼 가까웠다.

나는 너무 싫었다.

집에서 너무 가까운 사립인 여중은 담임선생님들도 빤히 우리 집 사정을 너무나 잘 알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은 촌지가 필수였던 시절이었다.

가정방문을 빙자하여, 수업 마치고 학기 초에 선생님들은 학생들 집을 쭉 돌아서

나름 수금을 하셨던 것 같다. 우리 집은 학교에서 제일 가까워서 언제나 제일 먼저 가정방문을 당했다.

선생님이 집에 오시면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다 말고 커피를 타 오시면서,

집에서 그 누구도 보지 않을 책을

선생님께 건네면 그 책을 받아 들고 선생님은  인사를 하시고 가셨다.

책에는 촌지가 끼워져 있었다. 중학생인 나는 선생님이 책을 많이 좋아하신다고만 생각했다.


나는 중학생 때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활달한 아이였다.

반아이들도 내 동생의 존재를 모두 알았다.

그러나 중학교에서는 그 누구도 동생을 빌미 삼아 나를 놀리지를 않았다.


그렇지만 그즈음해서 동생의 기행적 행동을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밤늦게 까지 집에 안 들어와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는 것은 일상 다반사였고

동네슈퍼나 특히 문방구에서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가져와서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물건값을 물어 주는 일도 매우 잦았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동생이 남에게 구걸을 하는 일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어느 날 엄마가 동생 옷을 벗기면서 목욕을 시키려는데, 주머니에 동전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엄마가 동생이 가는 길을 몰래 따라가니,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손을 내미니 사람들이 장애인이 불쌍해 보였는지 쉽게 돈을 줬던 것이다.

동생은 돈의 개념은 몰랐지만 사람들이 쉽게 돈을 주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내가 고등학교 갈 때쯤

동생은 지나가는 택시나 버스를 세워 잡아타기를 반복하고,  기사님들에게까지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나쁜 것은 빨리 배운다고..

동생이 큰 도로가에서 버스를 세우고 구걸을 하는 모습을 처음 목격한 부모님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하셨다.

나는 집 근처 슈퍼라도 가면, 원치 않은 동생의 애기를 끊임없이 들어야 했다.

동생이 얼마 전에 이 슈퍼에서 물건을 가져갔으니 물어주거나, 차를 세우는 행동을 자주 하니

가족들이 동생을 집에 가둬두거나, 묶어놓거나 하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


밤에 동생을 찾아 들어오면, 오늘은 또 어떤 일을 벌였는지 항상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동생을 말로 타일러도 보고, 야단도 치고 아빠에게 많이 맞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먼가 씨인 것만 같았다.  


가족모두가 동생 때문에 미쳐 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남에게 피해도 끼치고, 지나가는 차를 세우다 사고가 나거나

그 당시에는 인신매매나 아이들 유괴사건이

재법 발생해던 시절이었다.

납치당해서 앵벌이에 이용당할 것만 같았다.

이 시니리오가 제일 유력했다.


이대로는 동생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이전 06화 그가 학교를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