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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월 Aug 23. 2024

나팔꽃 질 무렵에

사랑과 슬픔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갈증이 심해서 항상 새벽 5시에 눈이 떠지곤 한다. 나도 일어나기 싫지만 여명을 보면서 일어나는 일을 꽤나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서가 지난 다음 날인데도 무더운 날은 끝나지 않겠지, 하면서 오늘의 저녁 노을을 상상한다. 날마다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 것을 볼 때면 오늘도 무더웠구나, 하며 가슴 깊이 땀을 흘린다. 


이번주는 내내 울기만 한 것 같다. 월요일은 섭섭함에 울었고, 화요일은 애틋함에 울었고, 수요일은 무너져내려버린 듯한 충격에 울었고, 목요일은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아 애상했다. 제멋대로 가슴 깊이 슬퍼했다. 내 옆에 네가 없다는 이유, 그거 하나만으로 울었다. 그만큼의 애착을 보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 광기에 휩싸였다. 


너라는 존재에 털끝 하나라도 손을 대면 나는 그게 어떤 것이든, 누구든 다 없앨 수 있어, 따위의 말을 하면서. 


신님, 이미 아파서 닳고 닳은 내가 병을 얻어야 수지타산에 맞지 않은가요.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상대방을 제멋대로 죽이려고 했는데 너무 미안한 일이다. 당사자는 멀쩡히 살아있다. 하지만 불안하다, 네가 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까봐. 하지만 설령, 지금, 세상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고 해도 나는 너를 떠올릴 자신이 있어. 결국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서 사진으로 영원히 추억하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없이 우울하고 불안한 생각만 들지만 나름대로 이성을 되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보아라, 이렇게 글로 감정을 승화시키고 있잖은가. 


부디, 이 세상의 한 구석에서까지라도 사랑이 가득 채워지기를. 온 세상이 너라서 행복하고, 슬프다. 너무 안 될 일이지 않은가. 당신이 먼저 다가왔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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