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다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던 날이었다.
그저 다른 날과 같이
누구도 나의 존재를 모르듯
아무런 연락도 없던 어제와 같고 내일과 같을 오늘이었다.
안녕이라는 인사 한마디하면
그 한마디를 제외하고 삼켜진 단어들이
식도를 넘어 위에 녹아 장까지 찾아갈 시간이 지나서야
한마디로 돌아온다.
한마디 건내받고 나면 허기진 마음은
두마디를 건내지만
다시금 소화할 시간을 주고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은
삼켜버린 단어보다 더 많이 나를 허기지게 만든다.
[짜증난다.] 짜증을 내는 것이 맞는지 모를 상황에서
잘근잘근 씹혀진 단어들이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사실, 다를 것은 없는 날이다.
평소와 같이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던 날이었고
평소와 같이 누구에게도 연락을 할 수 없던 날이다.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지난 세기동안 침입을 막겠다고 단단히 세워진 장벽처럼
나만의 것이었고
누군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은
속도를 주체 못하고 땅을 깍아가며 흐르는 거대한 강처럼
나의 것은 잠시도 없었다.
이처럼
나만의 것과 나의 것이 아닌 시간에서
[짜증나는]것이 올바른 감정인지 혼돈스럽다.
과연 그 짜증은 내 것인가?
짜증을 낼 이유는 있는가?
깨끗히 먹으려고 물에 씻어 사라진 너구리의 솜사탕처럼
한 순간이면 사라질 감정을
내 것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 생각해볼때이다.
#짜증나다_마음에 들지 않아서 몹시 언짢거나 못마땅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