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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아는 한 가지 마음속 단어_4

짜증나다

by 맑은날의 무지개 Jan 07. 2025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던 날이었다. 

그저 다른 날과 같이 

누구도 나의 존재를 모르듯 

아무런 연락도 없던 어제와 같고 내일과 같을 오늘이었다. 


안녕이라는 인사 한마디하면 

그 한마디를 제외하고 삼켜진 단어들이 

식도를 넘어 위에 녹아 장까지 찾아갈 시간이 지나서야 

한마디로 돌아온다. 

한마디 건내받고 나면 허기진 마음은 

두마디를 건내지만 

다시금 소화할 시간을 주고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은 

삼켜버린 단어보다 더 많이 나를 허기지게 만든다. 


[짜증난다.] 짜증을 내는 것이 맞는지 모를 상황에서 

잘근잘근 씹혀진 단어들이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사실, 다를 것은 없는 날이다. 

평소와 같이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던 날이었고

평소와 같이 누구에게도 연락을 할 수 없던 날이다.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지난 세기동안 침입을 막겠다고 단단히 세워진 장벽처럼 

나만의 것이었고 

누군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은 

속도를 주체 못하고 땅을 깍아가며 흐르는 거대한 강처럼 

나의 것은 잠시도 없었다. 


이처럼 

나만의 것과 나의 것이 아닌 시간에서 

[짜증나는]것이 올바른 감정인지 혼돈스럽다. 


과연 그 짜증은 내 것인가?

짜증을 낼 이유는 있는가?

깨끗히 먹으려고 물에 씻어 사라진 너구리의 솜사탕처럼 

한 순간이면 사라질 감정을 

내 것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 생각해볼때이다. 




#짜증나다_마음에 들지 않아서 몹시 언짢거나 못마땅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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