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역사교육 Note: 전환기 #3
2022년 12~2023년 1월,
전환의 기회가 찾아왔다.
검토진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마침내 제3지대 교육의 '중심'인 집필진 지위를 획득하였다.
이 장에서는 그렇게 된 과정을 풀어보겠다.
사실 집필진이 된 계기는
단순히 필자가 잘나서, 실력 좋아서가 아니었다.
운도 따라줬다.
모름지기 성공은 운도 뒷받침되어야 이루어지는 법이다.
필자는 그 팀 검토진으로 들어오기 전,
그 팀의 정보를 '가능한 많이' 파악했다.
어떤 교재를 만드는지,
채용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을 살펴봤다.
파악했던 정보는 다음과 같다.
그 팀은 수능 역사와 관련한 '실전용 문제풀이' 교재를 출판하고,
교재에 수록되는 문항의 품질과 양이 '압도적'이고,
집필진들의 학력도 명문대이고,
이런 것들을 확인했다.
채용 정보도 사전 파악을 완료한 상태였다.
집필진과 검토진을 모두 선발하는데,
집필진은 연말에 딱 한 번 선발하고,
검토진은 인원 보충이 필요할 경우 선발했다.
겨울방학(2022년 초)이 끝날 무렵, 그 팀의 존재를 알았다.
채용 공고도 가장 먼저 확인했다.
아뿔싸! 검토진 채용 공고가 불과 얼마 전에 마감된 상태였다.
'조금 더 빨리 그 팀을 알아낼 걸...'이라며 후회했다.
그렇지만 다시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지켜봤다.
예상대로, 6월에 검토진 채용 공고가 다시 올라오게 되었고
그걸 낚아채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검토진의 위치에서 집필진을 지켜봤었다.
집필진에 대해 가졌던 인상으로는
'선망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저 분들은 직접 교재를 만들고, 그에 따르는 명성도
얻는다는 사실이 선망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동시에 '필자도 하고 싶었다.'
필자도 수능 역사에 진심인데, 나름대로 노하우도 있는데
그 팀에 들어가서 더 배우고 싶었고,
그 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다.
주저했던 면도 있긴 하다.
필자 학력이 일명 '잡대'는 아니다.
나름 준수한 대학이다.
(사학과가 있다는 게 하나의 증거이다.)
그런데 집필진의 학력은 필자보다도 한참을 추월하는
'SKY'를 필두로 하는 고성(古城)을 이루었다.
'고성 안에 중인(中人)이 들어갈 수 있을까?'
'들어가더라도 버틸 수 있을까? 인정해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하지만 그 의기소침함을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바꿔보려는 의지도 있었다.
필자는 제3지대 교육에 들어오기까지 입체적인 과정을 겪었다.
이 입체적 여정이 다음에 올 여정도 받아들일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믿었다.
그래서 집필진으로의 도전장을 '당당히 냈다.'
역할을 바꾸는 것이지만,
어쨌든 필자는 그 팀에 소속됐고 봐왔기에
준비 과정이 한결 익숙했다.
집필진 모집 과정도 검토진 모집 과정과 비슷했다.
먼저 서류 평가를 하고,
그 다음에 면접과 능력 평가(테스트)를 보는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과정에서 '요구하는 건' 차이가 있었다.
검토진 모집을 위한 서류 평가는
이력서만 내면 통과하는 형식적인 절차였다면,
집필진 모집을 위한 서류 평가는
지원 동기를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에 충실히 답변해야 하며,
집필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시험하였다.
즉, 서류 평가에서도 능력 평가를 일정 부분 했다.
지원서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겠다.
분량이나 담긴 내용에서 보듯이,
필자는 정말로 집필진이 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봤을 때,
서류 평가에 있어서 가산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지점이 있다.
<지원서 내용 3> 사진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그것이다.
역사 콘텐츠 제작 경력이 있느냐는 질문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왕이면 '경력자'가 좋다는 뜻이 아닐까?
이 부분에서 회사가 '경력직 신입'을
선호하는, 마냥 웃지 못할 현상을
직접 체감했다.
보통의 지원자라면, 빈칸으로 남겨뒀겠지만
필자는 아니었다.
문항공모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원서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써먹을 수 있는 건 어떻게든 써먹어야 한다.
그렇게 서류 평가는
무를 단칼에 썰어내듯
파죽지세로 뚫어낼 수 있었다.
필자가 문항공모에 참여한 과정은 아래 링크의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38
남은 건 면접과 능력 평가였다.
이 역시도 거쳤던 과정이었기에
익숙했다.
팀장님이 집필진 모집에 합격한 필자를
따로 불러낸 뒤, 몇 가지 사항을 안내했는데
그때 필자가 한 가지 질문을 했었다.
'몇 명이 지원했나요?'
지원자라면, 당연히 궁금할 내용이다.
팀장님이 답변하기를,
'무려 '63'명이 서류를 냈는데,
그중에서 20여 명을 면접 대상자로 엄격히 추렸고
여기서 최종 선발자 N명이 결정되었다'라고
하셨다.
열댓 명도 아니고, 63명이라니!
필자는 몇십 :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이다.
대학 원서를 넣을 때도 이런 경쟁률을 뚫지 못했다.
운이 따라준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후에도 팀장님은 2023년 10~11월 무렵에
신입 선발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때,
필자를 두고 '63명의 경쟁자를 뚫으신 분이다.'라고 운을 띄웠다.
이걸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필자의 내면이 변화하는' 한 계기였기 때문이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올라갔다.
유년 시절, 그리고 대학 새내기 시절의 필자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감도 없었고, 자신 스스로를 그리 사랑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는 어두운 사연들이 있으나, 밝히지는 않겠다.
필자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최고였던 적도 없었고, 최고가 될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남들의 시선에 휘둘려, '나'라는 자아도 확립되지 않았다.
의기소침했다는 말이 적절한 수식어일 테다.
그런 필자에게 치열한 경쟁을 뚫은 경험, 주인공이 된 경험은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이 즈음부터 필자는 몸만 어른이지 않고, 내면도 어른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결과를 먼저 얘기했는데,
이제 과정을 얘기해보겠다.
해가 바뀌어 2023년 1월 6일,
서류 평가 합격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면접 및 능력 평가에 응했다.
제3지대 교육의 중심으로 가는 전환의 성패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 날은 본래 검토진으로서 업무를 하는 날이었다.
업무 시간의 일부를 면접 및 능력 평가를 하는 시간으로 대체했다.
당연히 그 시간만큼의 급여는 빠졌다.
그걸 포기하고, 더 큰 것을 취하는 도박인 셈이다.
이 정도의 기회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
검토진 선발을 위해 본 면접 역시도 형식적이었다.
'꾸준히 출근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OK'라는 사인만 보내면, 면접에서 떨어질 일은 없다고 보면 됐다.
반면, 집필진 선발을 위해 본 면접은
집필진 선발을 위한 서류 평가만큼 '꼼꼼했다.'
면접만 1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면 얼마나 꼼꼼했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면접 때 받은 질문이 무엇이고,
그에 대한 필자의 답변을 온전히 기억할 순 없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내용을 풀어보겠다.
면접 형식은 서류를 기반으로 했고,
집필진으로서의 책임감을 보는 질문도 있었고,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7번 문제에 대해 설명해보라고도 하였다.
면접은 1:1의 성격이 있는 다대다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팀장을 포함한 집필진 3명이 면접을 진행하고,
필자를 포함한 지원자 3명이 면접을 보는 방식이다.
공통 질문을 하기도 했고, 개별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1:1의 성격이 있는 다대다 방식의 면접이었다.
공교롭기도 하고, 운이 따라주기도 했던 부분이
필자와 같이 면접을 봤던 2명은 갓 대학에 합격한 고등학생이었다.
역시 인생의 경험치라는 건 무시 못할 부분인 것 같다.
'어리다, 귀엽다'라는 구석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동시에 '그 나이에 사회를 경험해보려 한다는 점'에서 대단함도 느꼈다.
필자는 그 나이대에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로부터 거의 2년 반이 지났다.
필자는 그때 같이 면접을 봤던 후배 격의 2명이 성숙한 어른이 됐고,
어디에선가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한다.
(아마 군대를 갔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면접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풀었다.
원래 학원을 몰랐는데, 우연히 알게 되어 지금 이렇게까지 왔고,
수능 역사와 관련한 교육 인프라는 '너무나 열악하다' 했더니
면접을 진행하던 3분이 약간의 웃음을 보이며 끄덕였다.
일종의 공감대인 셈이다.
수능 역사 출제 트렌드 변화에 대한 답변을 할 때는
눈빛도 고조되고, 제스처도 크게 취했었다.
거기서 필자의 솔직함, 간절함을 알아주신 것 같다.
능력 평가는 검토진 때의 능력 평가와 똑같았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얘기는 생략하겠다.
만약 집필진 모집에서 떨어진다면,
검토진도 그만둬야 했다.
그러더라도 후회 없을 만큼, 선발 평가를 잘 치렀다.
이 또한 경험이 아니겠는가?
결과는 최종 합격이었다.
이렇게 제3지대 교육의 중심에 들어왔다.
전환기는 '새로운, 더 큰 기회의 획득'으로 성공적으로 이행되었다.
제3지대 교육의 바깥에서 중심으로의 여정은 '완결'됐지만,
그 중심 내에서 위치를 잡는 여정은 '이제야 시작'이었다.
다음 장부터는 '다시, 초창기'라는 부제목을 잡고
신입 집필진 때를 이야기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