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외로움이라는 만성통증을 달고 사는 우리에게 세상은 그만큼 가치 있는 아름다움을 건네는가? 모두들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나 전혀 아름답지 않을 걸, 하고 나는 반박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모든 것이 버겁다. 전혀 행복하지 않은 걸.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가? 다들 또, 역시 그렇다고 답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어리석은 것인지 지혜로운 것인지 토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진정 의미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지혜로워지는 것이다. 스스로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야 한다. 그러나 요새는 도통 행복한 일이 없는 탓에, 그것이 무엇인지 까먹을 것만 같다.
수많은 빛이 소나기처럼 흩어지는 거리를 거닐고 싶습니다. 나는 그렇게 빈다. 누구에게 비는 지는 나 역시 모른다. 단지 이것은 소원이 이루어지라고 비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 나는 욕망스러운 것을 기피해 항상 거짓을 가미한다. 그러나 항상 거짓이 가장 욕망스러운 법이다. 나는 욕망으로 가득 차있다.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면 행복할 것인가? 그러나 이 질문은 애초에 틀렸다. 세상은 누구 하나를 위해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불공평하기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고집 센 인간들은 항상 세상더러 바뀌라고 고성방가를 질러댄다. 나는 고성방가를 지르진 않는다. 그러나 단순히 바뀌지도 않는다. 고집은 고집대로 챙기면서 역시 나쁜 놈은 되기 싫다.
우리는 분명 고성방가를 질러대는, 불만으로 가득 찬 군중들의 선두에 서있을 고집이 무지막지하게 센 그 인물을 분명 경멸한다. 교양도 양심도 없군. 그러나 우리 역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진정 누군가를 미워할 자격이 있을까? 미움 당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 그러나 미워하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나는 탐욕에 지쳤다.
그 대신 빛을 추구한다. 어떠한 결점도 가지지 않은 순수한 그것을 갈망한다. 끊임없이 미워하고 시기하고, 그것들이 해로운 줄은 알면서 멈추지 않는, 나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질려버렸기에, 환한 빛을 추구한다.
그리고, 항상 사랑을 동경한다. 사랑은 곧 욕망과 밀접한 연결이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들을 극도로 원해서 눈이 멀곤 한다. 그러나 매우 순수한 사랑은 빛과도 같아서 어떠한 결점도 가지고 있지 않다. 플라토닉 러브. 나는 사랑을 사랑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어떠한 것도 추구하거나, 동경하거나, 사랑하고 싶지 않다. 그것들이 너무나 버겁다. 그것을 추구하면 우리는 해선 안될 것들을 신경 써야 하고, 그것을 동경하면 목이 꺾일 것처럼 그것을 바라봐야 할 것만 같고, 그것을 사랑하면 그것을 실망시키면 안 될 것만 같다. 나는 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왜, 도대체 왜 완벽함을 기대하는 것인가?
아, 프랑스의 명화의 한 장면에 누워있고 싶다. 영원히 따스한 햇살과 싱그러운 풀밭에 묻히고 싶다. 아, 또 바라는 걸. 또 모든 걸 얻으려고 드는 걸. 모든 걸 탐닉하고 원해. 더 많은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며 잃는 것들의 소중함 따위는 까먹지.
그러나 원한다는 것은 결국 살아있다는 수많은 증거 중 하나다. 우리는 따뜻한 빵을 원하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원하며 행복한 연휴를 즐길 것을 원하고 친구들의 안녕을 원하면서도 누군가의 불행을 원한다. 그래 인생은 끝없이 얻어가는 거야. 참을 수 없이 탐욕적인 거야.
때론 지금 당장이 글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무의미한 활자들이라도 끄적여본다. 엉성한 논리와 투박한 단어도 나는 놓치지 않고 적는다. 아직 세상에는 불완전한 것들로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때론 불완전한 사람이 또 다른 불완전한 사람을 만나 완전한 사랑을 이룰 수도 있다. 작은 희망.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 그게 뭐라고 나는 지금 이 엉성한 글을 쓴다. 30분 40분 내 시간을 기꺼이 내면서 나는 이 글을 완성한다. 그야 믿으니까, 빛을 추구하니까, 사랑을 사랑하니까.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환한 빛을 구태여 가리지 않으며 맞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달린다.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리는 일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 공기가 한층 더 달콤해지면 멈추고 숨을 들이쉰다.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중요치 않다. 다시 달린다. 마치 황홀한 이카루스처럼. 그러나 결코 추락하지 않는다. 그런 상상을 한다. 다시금 인생의 의미를 나 혼자 제멋대로 정의 내리려 든다. 지금은 글을 써야 할 때다.